‘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개최지를 놓고 부산과 제주가 막판 경합하고 있다. 해군은 내년 10월 개최될 관함식을 제주 민군 복합항구에서 치를 생각이었으나 최근 방침을 바꿨다. 해군 고위관계자는 지난 26일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리셉션에서 2018 국제관함식을 부산항에서 개최할 뜻을 내비쳤다. 개최장소 변경을 고려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명분. 10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국제 관함식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인 부산에서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두 번째는 현실. 수많은 참가 함정을 제주 신항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다만 공식 의견은 제주 개최를 유지하고 있다. 인쇄물도 만든 상태다. 각국에 공문을 발송할 연말까지는 개최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나 많은 함정이 참가할지는 미확정이나 최소한 2008년 관함식 규모인 50척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관함식이 처음 열린 것은 1998년 10월 중순. 정부 수립 및 건군 50주년, 충무공 이순신 제독 순국 400주년, 한국형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확보를 축하하기 위해 개최됐다. 11개국 해군함정 21척, 26개국 해군대표, 대한민국 해군함정 40여척이 행사에 참가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좌승함(사열자가 탑승하는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에 올라 국내외 함정을 사열한 국내 최초의 관함식은 외환위기(IMF 구제금융)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불어넣었다.
두 번째 관함식은 정부 수립 및 건군 60주년, 이지스 구축함 도입을 축하하기 위해 2008년 열렸다. 미국과 영국·러시아·중국·일본·인도·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해군 등 외국 함정들이 대거 참가해 함정 50여척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해상사열을 펼쳤다. 미국은 핵추진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을 비롯해 이지스함 4척과 핵추진잠수함 버펄로함을 보냈다. 관함식은 해상사열뿐 아니라 풍성한 볼거리로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잔치마당이기도 하다. 두 번째 관함식에서는 각종 함정 공개행사와 대함·대공 화력시범, 대테러 진압훈련 등을 공개적으로 시연하고 해군 군악대와 의장대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관함식은 오는 2018년에 열려야 했지만 2015년에 개최됐다. 광복 70주년이자 해군 창설 70주년인 점을 감안해 관함식 행사를 열기는 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명칭도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으로 ‘국제’가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좌승함에 올라 사열했다. 내년에 열리는 관함식은 국제 행사로는 세 번째에 해당한다.
2018년 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이 새롭게 선보일 함정은 신형 호위함과 지원함, 신형 고속정 등이다. 국산 해궁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관심사는 두 가지. 관함식 이전까지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가 어떤 결말을 지을지, 이지스 구축함 3척 추가 건조 및 SM-3미사일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올지가 관건이다. 특히 전략 탄도미사일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보다 높은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SM-3미사일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주변국들 간 논쟁이 예상된다.
우리 해군의 국제 관함식 개최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것은 변변한 함정이 없었기 때문. 미국에서 도입한 구형 구축함이 최대 함정이던 1990년대 후반까지 관함식은 꿈도 못 꿨다. 국산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을 전력화한 후에야 비로소 관함식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이런 의미에서 해군이 운영하는 모든 종류의 함정을 도열시키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2016년 말 미국에서 건조한 수상함 구조함인 평택함이 퇴역함으로써 한국 해군은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에서 잠수함과 호위함·초계함·고속함·고속정은 물론 구난함과 구조함 등 모든 함정을 국산화(독일에서 건조된 장보고 1번함은 예외)했다. 전 함정을 국산화한 국가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이내다.
2018년 대한민국 관함식에서 주변국들이 어떤 함정을 보낼지도 관심사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날로 성장하는 중국의 해양세력에 뭔가 보여주기 위해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일본이 어떤 함정을 관함식에 내보낼지도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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