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위해서라면 ‘프듀’로 대표되는 아이돌 오디션에 출연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공식이 돼 버리고 말았다. ‘프듀’ 시즌2가 배출 시킨 대표적인 그룹 워너원의 경우 데뷔와 함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각종 가요프로그램의 1위 트로피를 휩쓰는 ‘무서운 신인’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프듀’와 유사한 성격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2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에 온앤오프나 굿데이 등 데뷔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뿐 아니라 크나큰, 드림캐처, 소나무 등 데뷔한 그룹들 대부분 ‘프듀’ 시즌2를 통해 꽃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 ‘뉴이스트의 성공신화’를 꿈꾸며 앞 다투어 출연 하고 있다.
‘프듀’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각 기획사 연습생들의 실력을 엿볼 수 있었던 창구이자,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실제로 데뷔 시킬 수 있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향한 간절한 서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문제는 어느덧 ‘프듀’ 자체가 트렌드가 되다보니 이후 유사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으며, 이미 한 차례 아이돌 오디션에 출연했던 이들이 재출연 하는 경우들이 많아지면서 신선함을 잃게 된 것이다.
수백명의 아이돌 혹은 연습생들이 참여한 ‘믹스나인’의 경우 ‘프듀’ 출신 Mnet ‘소년24’ 출신, SBS ‘K팝스타6’ 출신 등 기존에 알려졌던 얼굴들이 적지 않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으로 ‘믹스나인’에 참가한 이수민과 마은진의 경우 ‘프듀’를 시작으로 ‘K팝스타6’를 거쳐 벌써 세 번째 아이돌 서바이벌 출신이다. 심지어 이들의 최종 목표는 데뷔가 아니다. 현역 걸그룹인 드림캐쳐나 크나큰, 온앤오프, 플레이백 등 아이돌 그룹이 해체된 것이 아니며, ‘프듀’ 출신인 허찬미 또한 ‘믹스나인’의 결과와 상관없이 하이컬러라는 걸그룹으로 데뷔가 확정된 상황이다. 전현직 아이돌 멤버들을 모아놓은 ‘더 유닛’은 더 신선한 얼굴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이들의 목표는 데뷔가 아닌 ‘인지도 쌓기’이다. 데뷔가 아닌 인지도 쌓기가 목표임을 대놓고 보여주는 가운데, 방송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만큼 이들이 만들어낼 서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지 아직 가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가수를 제작하는데 있어 ‘아이돌 오디션’이 필수 코스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기존 아이돌그룹 탄생의 구조를 완전히 흔드는 모양새를 보이자,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이하 음제협)은 방송사들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그치지 않고 이후 매니지먼트까지 진출하는데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상생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음제협은 지난 8월9일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음제협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 공고화 우려’와 ‘방송 미디어간 경쟁에 따른 변칙 매니지먼트 문제’ 그리고 ‘중소 기획사들의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 위기’의 문제점을 꼽으며 이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음제협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는 이미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아우르는 형태의 수직구조를 갖추고 최근 매니지먼트의 영역에까지 진출한 상태”라며 “이는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수직계열화를 가져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는 음악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질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불거지자 ‘더 유닛’의 한경천 CP는 방송사와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수익구조 배분에 대해서 “KBS가 수익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긴 했는데, 프로그램은 KBS에서 제작하고 문전사(문화산업전문회사)가 이후에 매니지먼트 관리를 하게 된다. 다양한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기획사와 문전사가 심층적 협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전 사례보다 기존 기획사에게 조금 더 많은 수익이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그 아래에는 인지도를 높이려는 아이돌 기획사와 시청률과 화제성을 노리는 방송사, 그리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갑을의 논리와 수익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무엇보다 분량과 편집에 따라 해당 출연자의 이미지 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음제협이 말한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 공고화 문제는 단순히 우려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는 범람하는 아이돌 오디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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