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핵심 쟁점 법안 중 하나인 ‘규제프리존법’의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규제프리존법은 지역 전략 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푸는 내용의 경제 활성화 법안 중 하나로 특별법으로, 여야 간 견해차가 큰 사안이어서 정 의장의 이번 중재 노력이 관련 논의의 ‘촉매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공식 명칭인 규제프리존법은 19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진했던 법안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규제 완화가 과도하고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력히 반대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들어서자마자 새누리당이 다시 당론 발의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장이 마련한 중재안은 이른바 ‘지역 전략사업 육성을 위한 규제특례구역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프리존’이라는 영어명을 ‘특례구역’이라고 바꾸는 동시에 야당 법안 중 여당이 우려하는 내용을 걷어내거나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생명, 환경, 개인정보보호 등의 항목에서 기존의 안보다 제한적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정 의장 중재안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및 세포배양 의약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약사법의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빠졌다. 특히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가능 범위를 확대해 사실상의 ‘의료 영리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했다. 아울러 관광숙박시설의 건립 기준을 완화한 조항을 삭제해 호텔·모텔의 무분별한 건설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했다.
기업이 ‘기업실증특례’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특례를 부여하도록 한 야당안의 ‘기업실증특례의 신청’ 조항은 ‘허가 등 특례 신청’ 조항으로 바꾸고, ‘유전자의약 등 국민의 생명·건강 및 안전에 직결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의 산업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추가했다. 이는 그간 여당과 시민사회가 ‘기업실증특례’ 조항을 놓고 사실상 기업 단위로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온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재안은 이 밖에도 산지관리법, 초지법 등에 관한 특례 내용도 소폭 조정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지나친 규제 완화도 제어했다.
이번 중재안은 정 의장의 주문으로 국회사무처 법제실에서 문안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직접 발의할 계획은 없지만,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할 경우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내부 자료라고 의장실 측은 설명했다. 정 의장은 “지금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면서 “북한 핵 문제 등은 당장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라도 어떻게든 뭔가를 찾아 노력해야 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검토를 주문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세계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때 우리만 외딴섬으로 있으면 안 된다”면서 “현재 거시지표가 괜찮아 보이지만 지나치게 반도체 특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프리존법을 두고 여야 간의 입장 차가 확연한 상황이어서 접점이 찾아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한국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하며 국감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정국이 급랭한 상황이어서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여당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중재안은) 많은 참고사항 중 하나”라면서 “다른 법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생명, 환경, 안전에 문제가 없나를 하나하나 살펴야 하고, 개별법과 충돌하는 지점도 체크해야 한다. 현재 충분히 정부와 당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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