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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임금협상 대혼란 예고] 기대치 높아진 노조 과도한 요구에 노사협상 줄줄이 막혀

현대重 '상여금 분할지급'·현대車는 통상임금 놓고 대치

노조 힘 강한 대기업일수록 임협 둘러싼 갈등 더욱 극명

"노조 파업위협에 나몰라라 하는 정부도 문제" 사측 반발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역대 최악의 임금협상 대란이 예고된 데는 여전히 불명확한 통상임금의 범위, 16.4%의 기록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 친노동 정권의 집권으로 인한 노조의 기대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위협 등 공세에 새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 부진의 최대 이유는 최저임금 급등과 통상임금 범위의 불명확성이다. 주요 사례로 지난해와 올해 임금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상여금 분할지급’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718만원이고 신입사원의 연간 보수는 4,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의 비중이 작은 반면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의 비율이 높은 탓에 내년부터 4,000만원이 넘는 연봉도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 800% 중 300%를 12개월에 나눠 분할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신입직원 연간 보수도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함께 계산하면 4,000만원보다 많다”며 “기본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체계로 인해 근속기간이 짧은 일부 직원들이 최저임금 기준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측의 이 같은 안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기본급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구성된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는 ‘통상임금 쟁취’를 전면에 내걸고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이전 집행부가 사측에 요구한 안은 대부분 그대로 있는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사측에 월 15일 이상 근무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을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규정이 없어져야지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연장근로수당·퇴직금 등이 대폭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규정에 이 문구가 있고 없고에 따라 현재 통상임금 관련 판결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이 문구가 없어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받아 1심에서 승소, 1인당 3,000만원 이상 받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규정에 해당 문구가 적시돼 있어 2심까지 패소했다. 하는 일도 비슷하고 임금체계도 유사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적용 기준이 달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차 노조 측의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외에도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순익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근속포상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 판매 급감으로 순이익이 29.9% 줄어드는 등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 자세가 아니라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파업보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통상임금 소송 이후 달라진 분위기, 현대차의 협상 과정 등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조의 기대치가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것도 임금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 등을 이유로 파업을 하겠다고 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앞장서서 귀족노조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곤 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에서 어느 누가 파업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6월30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때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부당노동행위 근절 방안’이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노조가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과도한 요구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간 대치가 노조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현재 임금협상 타결률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은 50.4%에 달하지만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36.2%에 불과한 실정이다. 300~500인은 46.1%, 500~1,000인은 45.7%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져 사측이 노동계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 것이 노사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구경우·강도원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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