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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외환위기 20년 잃고 얻은 것 그리고 새로운 기회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고령화 탓 혁신동력 잃었지만

신용등급 향상 대외안정성 얻어

국채 글로벌 적격담보로 활용

정부 금융산업 도약 기회 잡아야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지난주 비록 작은 규모지만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두 세미나가 개최됐다. 하나는 한국경제를 생태계라는 독특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외환위기 20주년을 회고하고 반성하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한국경제가 급격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가운데 생성·성장·소멸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강한 경제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주체들의 지대추구행위, 지체되는 산업구조조정, 혁신부재의 탓이다. 특히 관치금융이 산업구조조정을 지체하고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사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저성장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정확히 규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적된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 미래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얻은 것도 있다. 다음 날 APCF가 개최한 국제세미나는 우리 국채가 글로벌 적격담보로 활용될 가능성을 논의했다. APCF는 ASEAN+3가 글로벌 경제가 겪고 있는 안전자산 부족에 대응, 역내 우량채권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적격담보로 인정받도록 해 역내 금융안정과 자금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한 연구포럼이다.

안전자산의 부족은 경제위기로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주요 배경이 있다. 역내에서는 일본 국채만이 글로벌 적격담보로 인정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양적완화 통화정책으로 일본중앙은행이 발행 국채의 40% 이상을 보유,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국채물량은 희소하다.

동아시아지역은 높은 경제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이 낙후돼 경제활동에 따르는 안전자산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공급이 충족하지 못해 성장이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 국채가 적격담보로 인정된다면 역내 국가들은 국채를 담보로 제공받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국채가 글로벌 경제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높은 신용등급이 요청된다. 신용평가기관인 S&P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상위 16위로 안전자산의 자격요건에 부합한다. 외환위기 후 20년간 꾸준히 신용등급이 개선된 데 따른 성과다.



현재 G7 가운데 캐나다·독일·미국만이 우리보다 신용등급이 높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같고 영국·이탈리아·일본 모두 우리나라보다 낮다. 양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마찬가지다.

한편 적격담보의 중요한 기준은 높은 유동성과 가격책정인데 이 또한 문제없다. 역내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우리 국채선물시장이 유일하고 국채를 기초자산이나 지표로 하는 다양한 파생금융시장도 발달했기 때문이다. 환매채와 같은 단기자금시장도 비록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됐다.

최근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9월 말 현재 외국인은 상장된 국채의 13%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장기적 시야에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상당수 선진국을 포함한 중앙은행 중심으로 구성된 데 그 배경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세미나 발표자가 모두 동의했듯이 우리 국채는 글로벌 적격담보로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간한 ‘새로운 보편적 금융발전지수의 소개’ 보고서도 심도·효율성·접근성 등 모든 기준에서 우리나라 금융에 대해 선진국에 비해 손색없는 우수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 국채가 글로벌 적격담보로 인정될 때 국채의 수요기반이 국내에서 역내로 확대될 뿐 아니라 우리 금융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갖게 된다. 국채시장의 국제화로부터 엄청난 부수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20년, 우리 경제는 동력을 잃었으나 대신 대외안정성을 얻었다. 잃어버린 동력을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20년 전과 달리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얻은 대외안정성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훨씬 쉽다.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아닌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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