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지난 1975년 프랑크 독재정권 종식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국가 선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스페인 중앙정부가 자치정부를 해산하기로 하자 카탈루냐 정부 수뇌부와 일부 시민들은 대규모 불복종운동과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측 간 대립이 접점 없는 평행선을 그리면서 무력충돌 등 사회적 혼란은 물론 경제침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페인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스페인 정부 수반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게 부여된 역할과 권한을 맡는다”며 카탈루냐 지역에 대한 직접통치를 천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당장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 자치경찰 청장 등을 해임하고 오는 12월21일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선거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전날 전체회의 표결로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가결한 데 따른 맞대응 조치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푸지데몬 수반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직접통치 책임자로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부총리를 임명했다.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부총리는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새 정부를 뽑는 지방 선거일까지 치안·재정을 포함한 카탈루냐 행정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로부터 해임된 푸지데몬 전 수반이 결사항전을 선언하면서 스페인은 걷잡을 수 없는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이날 스페인 ‘라섹스타’ TV를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동시에 최대한 안정과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민주사회에서 정부 각료를 선출하고 해임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이라고 자치정부를 해산한 스페인 정부의 결정이 무효인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카탈루냐 직접통치의 근거로 사용된) 헌법 155조의 적용에 민주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자치정부 해산’과 ‘시민 불복종’이라는 창과 방패를 꺼낸 양측 간 갈등이 무력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 검찰은 30일 푸지데몬 전 수반 등 카탈루냐 자치정부 고위각료를 반역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일 푸지데몬 전 수반 등이 기소될 경우 독립을 요구해온 일부 시민들의 격앙된 감정에 기름을 부으면서 독립 반대론자들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갈수록 심화하는 정국 불안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치정부가 독립국가 선포안을 통과시키자 카탈루냐 은행인 방코데사바델 주가가 4.9%나 급락하는 등 스페인 내분은 벌써 스페인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카탈루냐 사태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스페인은 물론 유럽연합(EU)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카탈루냐의 독립 여부와 상관없이 상당기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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