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이 청와대 행진을 하지 말라고 하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하지만 우린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봅니다.”
‘촛불 1주년’ 집회가 열린 28일 오후 10시. 집회 참가자 100여명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멈춰 섰다. 이들은 당초 청와대 앞 삼거리까지 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앞 200m 지점에서 행진을 멈췄다. 일부 시민들은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못하는 걸 못한다는데 누가 뭐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더 이상 행진은 하지 않았다. 맞은편에는 이 같은 집회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만약 진보단체가 문 대통령을 비판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더 행진하면 ‘대통령님 수고하십니다’, ‘사랑합니다’ 같은 구호를 외칠 예정이었다.
광화문(주최측 추산 5만명)과 여의도(〃 1만명)로 나뉘어 열린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가 ‘반(反)문’과 ‘친(親)문’으로 나뉘었다. 1년 전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하나의 구호 아래 단합했지만, 이날 집회는 문재인 정부 지지 여부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비롯한 민대련·민중당 등 노동단체들은 광화문에서 사드 배치·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위안부 합의 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대표자협의회(민대협)는 “사드를 추가 배치한데다 위안부 합의를 아직도 파기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과 전혀 다르지 않은 적폐”라고 비판했고,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는 “신고리원전 개발을 재개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는 타협에 불과한 촛불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촛불 정권을 건드리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행진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을 받던 임범준(34)씨는 “과거에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던 것은 부패한 정권에 경고하기 위해서였다”며 “출범한 지 6개월 된 새 정부에 적폐청산 책임을 묻는 행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쥐를 잡자 특공대’ 박성범(60)씨도 “애꿎은 대통령을 욕보이지 말라고 주최 측에 전화까지 했다”며 “노동단체가 청와대로 간다면 나는 옆에서 (대통령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하자’는 내용의 전단지도 만들어 뿌렸다.
친문과 반문은 행진 방향도 달랐다. 조직적인 청와대 방향 행진은 취소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청와대 방향 행진을 강행했다. 같은 시각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대부분인 여의도 집회에서는 “개혁 부진의 잘못은 정부가 아닌 국회”라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자유한국당 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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