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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태극권





명나라 말기인 17세기는 천하가 혼란해지면서 다양한 무술 문파가 탄생한 시절이었다. 당시 명나라 무장 진왕정은 ‘권경’이라는 책의 32가지 기를 기초로 여러 문파의 기술을 흡수해 새로운 권법을 창안했다. 지금 학계에서 태극권의 원조로 인정받는 ‘진가(陳家) 태극권’이다. 태극권은 격렬하고 거친 다른 무술과 달리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느리고 완만한 동작으로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스스로 운동량을 조절하며 수련할 수 있는 내적 무술이다. 태극권을 ‘움직이는 선(禪)’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태극권이 오늘날 국민무술로 자리 잡은 데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마오쩌둥은 인민의 건강을 위해 “태극권은 좋은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배우기 쉽도록 24식 간화 태극권을 널리 보급했다. 오늘날 공원에서 시민들이 즐겨 수련하는 표준 태극권이다. 덩샤오핑도 생전에 태극권을 자주 연마했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전파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일본을 방문해 도쿄 도심 공원에서 시범을 보일 정도로 태극권 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요즘 태극권에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접목한 ‘태극유력구(柔力球)’라는 운동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태극권 고수가 이종격투기 강사와 대련해 10여초 만에 무릎을 꿇은 사건이 발생했다. 굴욕을 당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통무예는 거짓된 애국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며 태극권을 둘러싼 거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현대 문명에서 권법과 검술은 기본적으로 운동이자 취미”라며 “권총이나 심지어 미사일·핵탄두 앞에서는 모든 무공이 어차피 아무 의미도 없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태극권 애호가인 마윈이 이번에는 태극권을 널리 알리겠다며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다음달 개봉될 ‘공수도(功守道)’라는 단편영화에서 마윈은 태극권 실력을 한껏 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수호전’에서 태극권을 접한 후 독학으로 고수의 경지에 올랐다. 마윈은 만물의 이치가 담긴 태극권에서 리더십과 경영, 초심으로 돌아가는 법을 깨우쳤다고 한다. 정(靜)과 동(動)이 어우러진 태극권이 현대 경영이론으로 재탄생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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