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등이 추진해 온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가 결국 보류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함께 등재를 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The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정해졌다.
특히 유네스코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과 관련해 등재를 “보류(postpone)”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IAC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에게 한일 외교문제 등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심사 연기를 요구했던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탈퇴로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이 된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9.7%에 해당한다. 일본은 2015년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자 분담금 지급을 보류하는 등 심사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압박해 온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피해자의 증언 기록과 위안부 운영사실을 증명하는 사료, 피해자 조사자료, 피해자 치료기록 등 2744건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등재를 재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일본측에서도 한 보수단체가 ‘위안부가 합법적 제도였다’는 내용의 기록을 냈다.
특히 위안부 기록물은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국 국가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한 일본의 등재 저지 움직임을 이겨내지 못한 것.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번 회의에 앞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 여부에 따라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탈퇴를 본격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정부가 세계기록유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이번 회의에서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맞물릴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신청대상부터 적용되는 이 개혁안은 그간 일본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내용으로 지난 18일 유네스코에서 통과됐다. 세계기록유산 심사 시 신청 안건을 미리 공개하고 당사자국 간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상황. 또 당사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론이 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도 등재되면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6건으로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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