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구나.”
“예”
“가방이 무거운 것 같은데 들어다 줄까?”
“괜찮아요.”
“할아버지는 네가 꼭 내 손녀 같단다.”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가세요?”
“응 운동하러 앞산에 가는 길이란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응 그러마.”
“할아버지는 꼭 우리 할아버지 같아요.”
길을 가다가 두 사람이 만났다. 하나는 할아버지 세대, 하나는 손녀 세대다. 할아버지가 스스럼없이 묻고, 여자아이가 거리낌 없이 답한다. 둘은 서로 아는 사이일 수도 있고, 처음 만난 사이일 수도 있다.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평범하다. 맹물을 끓인 백비탕 같다. 어떤 시적 기교도 부리지 않고 일상의 삽화를 짧게 옮겨놓았다. 하지만 무색무취의 물이 생명의 근원이듯, 이 시 속에 사람살이의 바탕이 스며 있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 평범한 시 속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낯선 호의뿐 아니라 낯익은 호의에도 경계를 해야 하는 세태의 탓일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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