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30대 장남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갈등이 범행동기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35) 씨는 올해 초부터 일정한 주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해당한 일가족의 유족과 주변인 조사에서 김씨가 올해 초부터 아내 정모(32) 씨와 두 딸(7개월·2세)을 데리고 친척 집 등을 전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갈등이 김씨의 범행 동기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살해한 어머니 A(55) 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왔다. 본인뿐 아니라 아내 정씨도 벌이가 없었던 탓이다. 경찰은 김씨가 경제적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머니 A씨와 이부(異父)동생 B(14)군은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에 여러 차례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계부 D(57)씨는 목 부위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얼굴에는 둔기에 의한 폭행 흔적이 각각 수차례 남아 있었다. 김씨가 직접 갈등을 빚은 어머니뿐 아니라, 일가족 모두를 처참하게 살해한 점을 미뤄보면 범행동기를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김씨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진 바 없어 정확한 범행 동기는 불확실하다. 그는 범행 이틀 뒤인 23일 오후 아내 정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과거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금돼 있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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