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미국 헤지펀드·사모펀드 전문가들과 대체투자를 주제로 발표했을 때 국내에서는 ‘대체투자’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발표 후 다양한 비난과 공격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대체투자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80조3,000억원으로 2006년 말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완연해진 최근 대체투자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요국 주가가 이미 가파르게 상승해 주식투자로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주요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투자로 재미를 보기도 힘들어진 탓이다.
특히 글로벌 리더십 교체에 새로운 변화가 밀려들며 대체투자를 둘러싼 정치와 경제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중국 주도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정책적 의지로 인한 주요2개국(G2)발 인프라 투자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 금융권의 대응 전략이 중요시되고 있다.
아울러 실물자산 투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체투자는 기관투자에서 개인투자로, 인프라 업종에 국한된 투자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초저금리가 지속되자 개인들도 공모펀드 등으로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투자를 쉽게 하도록 대체투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대체투자 상품 개발이 치열해지면서 과거 전통적 인프라 투자에서 부동산·에너지, 심지어 항공기·선박에 투자하는 실물자산 상품들로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대체투자 시장은 장기투자와 고액투자의 특성상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대체투자 상품은 변동성이 큰 공모펀드가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대체투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모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기존의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고 다양한 상품을 바탕으로 한 사모펀드가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연기금·증권사·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양질의 상품이 공급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 역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그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심이 금융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금융 분야에서도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모델을 가장 빠르고 적절히 융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사모시장의 대체투자 분야이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융합하면 그 시너지로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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