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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리정원’ 서태화, “많은 경험이 큰 자산...그물을 펼쳐라”

20년 경력의 배우 서태화는 다재다능한 재능을 지녔다. 1997년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으로 영화 배우 길에 들어선 이후 ‘친구’ ‘짓’ ‘노리개’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 연극 활동을 이어왔다. 한양대 성악과 및 뉴욕 맨하튼 음악대학원을 나와 성악가에서 배우로 전업한 것에 이어 요리하는 배우로도 잘 알려졌다.

4년만의 영화 복귀작인 ‘유리정원’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그는 “호기심이 많아서 늘 새로운 걸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신장개업 집은 꼭 가본다”며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다.

배우 서태화 /사진=조은정 기자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ㆍ제작 준필름)은 ‘재연’(문근영)이라는 한 과학도가 신념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것이 타인의 욕망 때문에 무너지게 되면서 숲으로 들어가 자기의 신념을 계속 지키고자 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돼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서태화는 재연의 연인이자, 성공과 욕망에 사로잡힌 현실주의자 ‘정교수’로 나섰다. ‘정교수’는 재연이 소속된 연구팀의 전임 교수로 곧 다가올 학술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연의 독창적인 연구 아이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실보다는 이상을 꿈꾸는 태도 앞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기술시사 때보다 언론 시사회 본은 서태화의 촬영 분량이 다소 삭제돼서 편집됐다고 한다. 그는 “내가 나오는 장면이라고 해서 잘라내서 아쉽다는 마음은 없다. 영화라는 게 전체를 봐야 하지 않나. 내 분량이 얼만큼 화면에 담기느냐보다는 영화가 재미있어야 하지 않나” 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서태화는 한마디로 “유리정원은 인간들의 군상이 보이는 영화이다”고 소개했다. “각자 할 말이 정당하게 있는 작품이죠. 재연, 지훈, 정교수, 수희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어요. ‘그중 나는 누구일까? 어떤 부류의 인간일까?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등 이렇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재미가 있는 영화죠. ”

‘정교수’는 재연의 모든 것을 빼앗은 연구원 후배 수희(박지수)와 멜로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그를 두고 ‘나쁜 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 배우 문근영과 서태화


정작 서태화는 “정교수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곧 “문근영이 하이힐을 신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장면 때문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덧붙였다.

“영화 완성본을 보면서 하이힐 장면에서 내가 정말 나쁘게 보이더라. 재연이에게 이입된 관객들은 분명 그 장면에서 느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연구한 결과물을 빼앗는 것에 이어 사랑에서도 배신감을 경험했다고 바라보기도 하는데, 사실 아무것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정교수가 재연이를 정말 사랑하는지 모르지 않나. 재연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표했겠지만 서로간의 소통되는 사랑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상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정교수’의 입장에서 재연을 바라보게 됐다. 사실 정교수는 다리가 불구인 재연과 걸음속도를 맞춰준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재연이가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 바로 ‘정교수’다. 친구들이 재연이를 놀리고 왕따처럼 약간 나오는데 정교수는 그 사람이 다리를 못 쓰니까 속도를 맞춰준 사람이다. 장애에 대한 선입견도 없다. 본능적으로 착한 사람이라고 봤다. 오히려 재연이가 자기만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자폐성향도 있다. 개인적으론 재연만이 세상에서 상처를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레인보우’‘순환선’‘명왕성’‘마돈나’등 확고한 주제의식과 뚝심 있는 추진력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여온 신수원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 새로운 영화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또한 서태화는 여자 감독과는 처음 작업해본다고 털어놨다.



배우 서태화


배우 서태화


“내가 기존에 해왔던 작업과 달랐다. 여자 감독이라 더 섬세하거나 그렇다는 의미가 아닌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 점이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그의 인생 모토는 “재미있게 살자”이다. 2017년 목표 중의 하나는 한달에 한번씩 여행을 가는 것. 현재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기주의와는 다른 의미로 ‘일단 내가 즐거워야 내 주위가 편안하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를 먹어봐야 어떤 게 맛있는지 안다. 단 하루 이틀 경험 한 것일지라도 전혀 하지 않은 것과는 다르다. 경험이 좋건 나쁘건 버릴 게 없으니까.“ 결국 그에겐 ’경험이 자산‘이었다.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에 출연하기도 한 서태화는 ‘그물을 펼쳐라’란 주제를 준비하며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옛날에 남해 하동 쪽으로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다. 여행을 하는 중간에 어느 대학교 때 ‘재미있게 놀자’란 주제로 특강 문의가 들어왔다. 그 때 도보 여행 중 만난 분들과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다. 살면서 후회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자, 95프로가 살면서 많은 경험을 못 해본 것이라고 답했다. ”

“거기서 착안한게 ‘그물을 펼쳐라’이다. 지금은 멀티 시대이지 않나. 낚싯대 하나만 걸쳐놓고 걸리길 기다릴 수 없다. 그물을 펼쳐야지. 그물을 펼치면 여러 가지 고기가 걸려든다. 그렇게 되면 이 고기도 먹고, 저 고기도 먹어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내 입맛에 맞는 고기를 발견 할 수 있다. 삶을 살면서 한 가지 고기만 먹으면 억울하지 않을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성악가, 배우, 요리사에 이어 그는 이번엔 감독에 도전장을 내민다고 한다. 10분 분량의 단편영화로 중년 아빠들의 이야기를 담은 ‘언제 와’란 제목의 작품이다.

“지금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년 아빠들이 이 사회에서 버텨내기 힘들지 않나. 진짜 남자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선배랑 이야기하다가 떠오른 작품이다. 이번엔 너무 명확하게 이야기가 나와 머릿 속엔 이미 구상이 끝났다. 찍고 영화제에 낼 수 있으면 내볼 계획이다. 만들어지면 유투브에 올릴 예정이다. 이 모든 경험이 좋게 내 인생을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한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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