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일부 주류학자나 언론에서는 경제학 이론에도 없고 어느 나라도 실험해보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이 이뤄질 수 없고 성장 없이는 고용이 창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도성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투자만이 성장을 유인하는 정책이고 투자 없이는 고용이 창출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소위 전통적 이론인 ‘세이의 법칙’에 빠져 투자 부진의 원인이 과거보다 복잡한 최근의 상황을 간과하는 듯하다.
경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경제상황에서 수요와 공급 두 축 중에서 수요 축이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굳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에서는 소위 ‘낙수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적절히 배분됐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면서 낙수효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그 결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자금이 없어서도 아니고 금리가 높아서도 아니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내수 부진이 반드시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월 150만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700만여명에 달하고 대학 졸업 후 3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가 100만명에 이르는 현재 상황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감당할 만한 범위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 문제가 해소돼야 내수가 살아난다.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 세이의 법칙이라면 수요가 살아나야 궁극적으로 투자를 통한 공급도 유발한다는 소위 ‘역 세이의 법칙’을 제안하고 싶다. 이것이 소득주도 성장, 더 나아가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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