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등에 설치된 IP 카메라 수 천대를 해킹해 다른 사람 사생활을 훔쳐본 30명이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이모(36) 씨 등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정집, 학원, 독서실 등지에 설치된 IP 카메라 1,600여 대를 해킹한 다음 12만 7,000여 차례 무단 접속해 사생활을 훔쳐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IP 카메라를 해킹해 실시간 영상을 직접 녹화하거나 이미 저장돼 있던 파일을 내려받는 등 동영상 파일 888개(90GB)를 보관한 혐의도 받는다.
동영상 파일에는 속옷 차림 여성, 부부 성관계 등이 담긴 영상이 있었다. 독서실에서 학생들이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장면, 에어로빅 학원에서 여성이 탈의하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특히 이씨는 여성이 혼자 사는 가정집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IP 카메라를 별도로 관리했다. 888개 파일 가운데 49개(5G)가 가정집 내부를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모(38)씨 등 나머지 28명도 IP 카메라 10~100여 대를 해킹해 30~1,000여 차례에 걸쳐 접속한 혐의를 받는다. 무직, 회사원, 대학생 등으로 밝혀진 범인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찾아내는 해킹 기법을 알아내 범행에 이용했다.
경찰은 이 씨가 해킹해 보관하던 동영상 888개를 분석하던 중 몰래 설치된 IP 카메라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서 전모(36)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씨는 지난 5~8월 사무실 여직원 책상 밑에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하고 IP 카메라로 이용해 동영상 58개(IGB)를 불법 촬영했다.
경찰은 “피의자 대부분이 호기심에서 범행했다고 진술하지만, 범죄 기간이나 횟수에 미뤄보면 단순 호기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사람도 있다”며 “불법 녹화된 영상은 폐기하고 파일공유사이트 유포 여부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화를 먼저 한 후 필요한 부분을 찾아봐야 하는 CCTV와 다르게 IP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사무실 등에서 감시 용도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홈 네트워크와 연동해 외출 시 집 또는 가게 내부 상황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설치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IP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엿보는 범죄가 계속 보고되면서 주요 IP 카메라 제조·유통사 관계자와 회의를 하고 보안 강화 방안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경찰은 “IP 카메라 초기 비밀번호를 유지하거나 번호가 허술할 경우 반드시 바꾸고, 특수문자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제조·판매사 역시 이용자가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경고문이나 이용 범위를 제한하는 보안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가정이나 영업용 매장에 설치된 IP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엿보기 영상을 음란물 사이트에 올린 혐의 등으로 50명을 검거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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