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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회복세 탄 수출에 슬금슬금 다가오는 환율 먹구름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핵 위기와 적폐청산 등 어수선한 정국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딴 곳으로 쏠린 사이 슬금슬금 떨어지더니 이제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원·달러 환율은 1,114원40전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위협하고 있고 원·엔 환율은 이미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수입업체나 해외 직구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겠지만 이제 막 온기가 돌기 시작한 수출에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까지 비상등이 켜진다면 경기 회복은 더 더뎌질 수밖에 없다.

환율 급변동이 적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하락세가 빠른 시간 내에 잡힐 것 같지도 않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 증시에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다. 주변국 여건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조기 총선 압승으로 양적 완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에서는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 이사가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으로 유력하다. 달러와 엔화 약세가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탓인지 외환 당국이 “원화가 유독 강세다. 매우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산 제품 보호를 명목으로 세탁기, 태양광 모듈 같은 한국산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마당에 섣불리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다. 최선은 기업 스스로 가격 민감도를 낮추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드론·생명공학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로의 신속한 진입이 필요한 이유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은 그 첫걸음이다. 더불어 실패를 질타하기보다 장려하고 다른 사례보다는 나만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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