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흐름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선(先) 리얼리티, 후(後) 데뷔라는 새로운 형태의 데뷔 공식도 정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7월에 데뷔한 보이그룹 마이틴이 올해 초부터 ‘마이틴 고(GO)’라는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으며, 8월 28일 데뷔한 골든차일드 역시 데뷔 전 ‘울림PICK’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먼저 선보였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홍보 방법과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신인 그룹이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은 한정적이다. 자체제작 리얼리티는 이러한 환경에서 찾은 돌파구다”며 “리얼리티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데뷔 전부터 팬덤을 형성하고 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개 아이돌들이 리얼리티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개개인의 숨겨왔던 매력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목적에 있다. 흔히들 ‘반전매력’이라고 언급하는 무대 위와 일상의 온도차를 통해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더불어, 대체로 멤버수가 많은 아이돌 그룹은 무대 위에서 한 사람에게 할당되는 파트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멤버별 주목도가 특정 멤버로 편중되거나 그 정도가 낮은 수준에 그치곤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방송을 지켜본 팬들이 재가공 및 생산하는 2차 콘텐츠는 자체제작 리얼리티의 또 다른 장점으로 손꼽힌다. 리얼리티가 공개된 이후 해당 영상의 캡처나 짧은 동영상 등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업로드 되면서 무한한 영역으로 콘텐츠가 확장되고 이는 소속사의 추가적인 홍보 없이도 팬들을 응집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돌의 자체 리얼리티는 활동과 활동 사이의 공백기나 장기간에 걸친 해외 공연으로 인한 팬들의 이탈을 막는데도 일조한다. 팬들과 가장 소통을 잘 하는 팀으로도 유명한 방탄소년단이 오랜 공백에도 팬덤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자체리얼리티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방탄밤’이라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팬들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며 팬들과의 유대감을 쌓아 나갔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작만 하면 황금 알을 낳는 ‘성공 프리패스 티켓’은 아니다. ‘리얼리티’라는 말을 차용하고는 있지만, 결국 이미지를 판매하는 스타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본인 나름대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행동이나 말들이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자칫 지나친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콘텐츠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고, 유튜브, TV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이 형성됨에 따라 이전처럼 프로그램 소비대상이 팬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 확대된 만큼, 논란에 대한 파급력 역시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한 아이돌은 방송 중 배경으로 등장한 소품으로 인해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또 다른 아이돌은 멤버들끼리 나눈 필담에 있던 욕설이 방송화면에 포착돼 공식 사과한 사례도 발생했다.
결국, 확실한 화제성과 인지도 상승을 보장하는 아이돌 리얼리티의 그 이면에는 그에 대한 위험과 책임이 함께 뒤따른다. 업계의 조류에 편승한 보여주기 식의 행보가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가 가지고 가는 콘셉트, 멤버들의 성향, 팬들의 선호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다른 아티스트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