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박강민 판사는 3일 고(故)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정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법정에서 무죄 판단 이유를 별도로 밝히지는 않았다.
천 화백의 유족은 지난해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바르토메우 마리 미술관장 등 5명은 무혐의 처분하고 정씨만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정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천 화백이 진품을 보지 않고 위작이라고 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밝혀 논란을 키웠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안목 감정은 물론 X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는 위작 근거를 정리한 책 ‘천경자 코드’를 펴내는 등 여전히 위작임을 주장하고 있다. /손샛별기자 set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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