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의 관심이 높은 서울 3대 권역(도심·강남·여의도)과 판교 등의 오피스 시장에 대형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빌딩을 사들인 부동산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오피스들은 물론 아직 만기까지 여유가 있는 오피스들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데다 최근 신규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의 대거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투자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금융 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도심·강남·판교를 중심으로 신규로 나온 오피스 매물은 최소 1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곳은 도심이다. 현재 도심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더케이트윈타워’를 비롯해 퍼시픽타워·에이스타워·더유니스타타워·KDB생명타워 등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메이트플러스가 조사한 3·4분기 도심 오피스 평균 거래가(3.3㎡당 2,377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도심에서 거래를 앞둔 오피스빌딩의 가치만 최소 4조4,500억원에 달한다. 강남에는 플래티넘타워와 로즈데일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3·4분기 강남 오피스 평균 거래가를 적용하면 두 빌딩을 합친 매각가는 5,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판교에서는 알파돔시티 6-3구역과 6-4구역 오피스빌딩이 매물로 나와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빌딩의 가치를 3.3㎡당 평균 1,7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두 빌딩의 매각가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3대 오피스 권역과 판교에서 거래될 오피스빌딩의 가치가 최소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많은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진 것은 오피스 시장의 투자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최근 오피스빌딩들이 대체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며 “내년까지 매각을 미루지 않고 서둘러 매각에 나서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말 부동산자산운용사 설립 기준이 완화된 후 신규 운용사들이 대거 생겨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 설립된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서둘러 실적을 쌓아야 한다”며 “매도자들 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매물이 많이 쏟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애초 높은 공실률 등의 이유로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매물들을 사들인 외국계 투자가들이 목표로 했던 수익률을 달성한 후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KKR이 투자한 더케이트윈타워, AEW캐피털이 투자한 씨티센터타워, 알파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퍼시픽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가들 중에서는 최근 북핵 이슈 등으로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자산은 빨리 처분하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매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케이트윈타워나 판교 6-3·6-4구역과 같은 우량자산의 경우 투자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입지·공실률 등으로 인해 다소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들은 매각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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