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씨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건의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재판에서 밝혔다.
안 전 수석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직무 감찰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외려 진상을 은폐하려 한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기소됐다.
이날 안 전 수석은 작년 10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성우 전 홍보 수석과 함께 최씨의 존재를 인정할 것을 건의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꼭 인정해야 하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은 별말이 없거나 소극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별말이 없었던 건 맞다”고 대답했다.
안 전 수석은 비선실세 의혹 보도 이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최씨 문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담긴 법률 검토 문건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문건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 최씨가 직원 인선과 모금에 관여한 것은 범죄가 안 되며, 형법상 직권남용죄 주체가 공무원이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인인 최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단 돈이 무단으로 사용된 정황도 없어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 전 수석은 또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 이사진 명단을 주면서 인사검증이 이뤄졌다고 말해 통상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인사검증을 한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에 우 전 수석 측은 “인사검증은 당사자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며 “안 전 수석이 인사검증과 검증, 세평 수집이란 용어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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