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의 미디어그룹인 21세기폭스가 월트디즈니와 영화사를 비롯한 회사 자산 대부분의 매각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간 협상은 일단 중단된 상태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21세기폭스의 몸집 줄이기와 디즈니의 외연 확장 시도가 맞물려 미디어 업계에 심상찮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BC·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세기폭스가 디즈니에 뉴스·스포츠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매각하는 안을 타진했지만 매각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세기폭스는 현재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으며 FX·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케이블TV와 글로벌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영국위성방송 스카이와 인도 스타케이블네트워크 등 해외 사업자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사업확대를 이어온 21세기폭스는 최근 조직규모를 줄여 뉴스와 스포츠미디어에 집중하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디즈니는 물론 버라이즌·아마존 등 미디어 산업에 관심이 있는 다른 회사들에 자산 매각을 타진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오는 2019년 넷플릭스와 유사한 온라인 기반 동영상서비스(OTT) 개시를 준비 중인 디즈니도 21세기폭스와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는 서비스 안착을 위해 폭발력을 가진 핵심 콘텐츠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21세기폭스의 ‘엑스맨’ ‘아바타’ ‘심슨가족’ 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
21세기폭스·디즈니 등 전통 미디어 강자들이 이처럼 사업 재편을 모색하는 것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하는 등 OTT가 위성과 케이블 방송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잇따라 동영상 서비스에 뛰어들며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