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승 감독의 ‘7호실’은 생존 자체가 벼랑에 몰린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은 사회 안전망의 부재 속에 스스로를 돕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한국의 오늘을 자조하는 말로 전락했다.
‘7호실’은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대로, 두식(신하균)과 태정(도경수)은 겉으로는 노사관계, 갑과 을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에 발을 디딘 채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맞부딪힌다. 그리고 언제든 우리가 내몰릴 수도 있는 벼랑에 선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공감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로 완성된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7호실’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주연배우 신하균, 도경수 그리고 연출을 맡은 이용승 감독이 참석했다.
이 영화에서 신하균은 망해가는 DVD방 사장 역을, 도경수는 학자금 빚을 털기 위해 휴학하고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청년 태정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두식은 자신이 감춘 비밀을 지키기 위해 ‘7호실’의 문을 꽁꽁 닫아걸어야 살 수 있고, 태정은 그가 잠근 ‘7호실’의 문을 열어 자기가 숨긴 비밀을 꺼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여기서 블랙코미디 웃음이 터져나온다. 특히 사는 게 서스펜스로 가득한 현재 한국 사회의 풍경을 공감과 함께, 스릴러를 가미한 블랙코미디의 장르 영화로 그려내 공감과 재미 모두를 잡았다.
이용승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용기 혹은 행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신하균은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면서 장르적인 재미가 다양하게 들어있는 작품이었고, 다양한 세대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무엇보다 “갑과 을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을과 을의 관계인 것 같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벗어나기 힘든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고 한다.
도경수는 “일단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제가 처음 도전해보는 블랙코미디 장르이기도 했고, 그리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태정’ 캐릭터가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그런 캐릭터여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제목인 ‘7’이라는 숫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행운도 있고, 행운 뒤에는 불행도 있는 것 같은 의미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 이에 이용승 감독은 “전작 ‘10분’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7호실’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신하균은 “7호실이란 곳이 희망과 불행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런 장소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선 도경수의 연기 칭찬이 이어졌다. 그는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선배님들께 배운다. 아직도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내보였다. 이어“ 영화 ‘카트’를 찍을 때는 카메라 앞에 서보지도 못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 긴장은 조금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또한 도경수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특별한 기준이라기보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 캐릭터를 내가 한 번 스크린이나 드라마에서 표현해보고 싶다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갑과 을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둘 다 한국사회의 을로 약자에 해당하는 두 남자의 두 남자의 열혈생존극을 그린 영화 ‘7호실’‘은 11월 15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