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월15일 프랑스 파리의 시내 중심가인 오페라 거리에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프랑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카페 문화의 본고장인 파리, 그것도 그 중심부에서 미국식 아메리카노로 프랑스 에스프레소 카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100석이 넘는 작지 않은 규모에 파리 오페라극장처럼 화려하게 실내를 장식했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에 익숙한 파리지앵에게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파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러한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확장을 거듭한 끝에 2017년 11월 현재 프랑스에서만 100여개가 넘는 매장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스타벅스가 2일 2017 회계연도(2016년 10~2017년 9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224억달러, 영업이익은 44억1,300만달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 증가했고 지난해 40억달러를 돌파한 영업이익은 7.8%나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커피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됐지만 2010년 이후 흔들림 없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벅스에도 위기는 있었다.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된 2007년 말, 글로벌 경제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크게 흔들렸다. 2007년 10억5,400만달러를 기록한 영업이익이 2008년 5억400만달러로 반 토막 났다. 2009년에는 매출액도 98억달러로 2008년의 104억달러에 비해 6%나 줄어들었다.
■‘카페 본고장’ 프랑스서 성공 일군 스타벅스
오페라 극장식 인테리어로 파리지앵 사로잡아
佛 전역으로 확장 거듭 매장 100개 이상 확보
■‘스타벅스 영혼’ 되찾기 나선 슐츠 회장
바리스타 재교육으로 스타벅스 고유의 맛 살려
매대 커피머신 소형화 고객과 정서적 유대감도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스타벅스를 구한 것은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 회장이다.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슐츠 회장은 2008년 1월 전격적으로 회장에 복귀한 뒤 2년여에 걸쳐 개혁 작업을 주도했다.
슐츠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은 ‘스타벅스의 영혼을 되찾는 일’이었다. 슐츠 회장이 말하는 ‘스타벅스의 영혼’이란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타벅스 경험’을 말한다. 스타벅스의 맛과 향기, 매장 분위기뿐 아니라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유산과 전통·열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 경험으로 매장은 고객에게 스타벅스의 영혼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슐츠의 지론이었다.
스타벅스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슐츠가 사용한 방법은 파격적이었다. 슐츠는 먼저 바리스타 재교육과 부실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 2008년 2월26일 하루 동안 미국 전역에 있는 7,100개 매장의 문을 일제히 닫고 ‘스타벅스 고유의 커피’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이날 영업 중단으로 6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영혼을 구현하지 못하는 부실 매장 600곳을 폐쇄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3년 동안 2,300개의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한 끝에 부실 매장이 대거 발생했다. 슐츠는 “덩치가 얼마나 커졌는지에 따라 성공을 규정한다면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한 개의 컵, 한 명의 고객, 한 명의 파트너, 한 번의 짜릿한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살아남은 매장에서는 바리스타와 고객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앴다. 매대에 벽처럼 높이 서 있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키 작은 기계로 바꾼 것이다.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와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객에게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의 향기와 사람 냄새 가득한 매장을 되돌려준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스타벅스의 수익과 매출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슐츠의 회장 복귀 3년 차인 2010년에는 10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직전 최대치를 뛰어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2%나 늘었다. 그리고 올해까지 8년 연속 상승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매장 문을 닫으면서까지 되살리려 한 스타벅스의 영혼이 결국 스타벅스를 다시 살려준 원동력이 된 것이다.
스타벅스의 위기 극복 과정은 기업에도 ‘영혼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기업에 영혼이 살아 있어야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 즉 기업의 영혼을 담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혼을 담아 내놓는 커피라면 “커피는 내 돈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이 사줄 때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짠돌이 방송인 김생민도 한 번쯤은 지갑을 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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