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집회·시위에 온건하게 대처해온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도심 시위대를 상대로 매우 강경한 대응을 보였다.
경찰은 올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시위 참가자들의 도로 침범이나 신고된 집회 시간의 초과 등 가벼운 범법 행위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차벽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고, 방패나 곤봉으로 무장한 경비 경찰관도 보기 힘들었다. 경찰은 주로 교통 소통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이날 경찰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방한 반대 단체들의 모임인 ‘노(NO) 트럼프 공동행동’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오후 1시께부터 경찰은 시위대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광화문광장 남측에 모여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전쟁위협 무기강매 통상압력 트럼프 노(NO)” 등의 구호를 외치다 도로까지 진출하자 경찰이 이들을 광장 안쪽으로 밀어 넣으려고 시도했다. 일부 경찰관은 방패를 들고 있었고, 캠코더로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녹화하는 경찰관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가 준비한 나무로 만든 깃대와 피켓을 빼앗기도 했다. 경찰 현장 지휘관은 이들의 행위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방송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청와대로 향하는 시간이 임박하자 경찰은 차벽까지 동원했다. 경찰 버스를 이용해 광화문 광장을 남쪽 위주로 절반 이상 둘러쌌다. 일부 시위대가 세월호 천막 위에 올라가서 피켓을 들었지만, 차벽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차벽을 치는 등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한 것에 대해 경찰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차로는 경호구역으로 설정돼 있어서 집회를 제한할 수 있으며, 연좌농성 중인 시위대를 더는 통제할 수 없어서 아예 차벽으로 시위대를 고립시켰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반대 목소리가 매우 거세져 방한 당일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경호법상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국가원수를 한 치의 빈틈없이 경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처였다”고 말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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