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신기업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뉴스채널인 CNN을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표면적으로는 미디어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목이지만 CNN의 보도에 불만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트럼프 정부의 권력 남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법무부 반독점국이 AT&T에 이러한 내용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AT&T는 두 회사의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데도 반독점 당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러한 제안을 한 것으로 보고 CNN 매각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와) 협상 과정에서 CNN 매각을 제안한 적이 없으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지난 40여년간 이런 수직적 통합이 가로막힌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디렉(Direc)TV라는 위성방송을 인수하며 방송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타임워너는 유료방송 및 주문형비디오를 서비스하는 HBO, 메이저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CNN과 같은 케이블 방송채널을 보유한 터너브로드캐스팅시스템 등 계열사를 보유한 복합 미디어그룹이다.
미국 언론들은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CNN과 언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을 ‘가짜 뉴스’를 만드는 대표적인 언론사로 지목해왔으며 미디어 기업의 대형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AT&T가 CNN을 비롯한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건을 내 행정부에서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힘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AT&T가 법무부와의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M&A 승인과 관련한 소송에서 기업이 법무부 반독점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당국을 상대로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미국 의료장비 업체 스테리스의 영국 시너지헬스 인수안의 경우 2015년 FTC가 패소했다.
AT&T는 지난해 854억달러에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AT&T의 이동통신 및 위성방송 네트워크에 타임워너의 핵심 콘텐츠가 결합하면 미디어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반독점 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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