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은 “‘침묵’은 법정 스릴러이자 멜로드라마, 그리고 가족휴먼 드라마적인 성격이 있다 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설명이 ‘최민식 선배 즉 임태산의 내면의 플롯이란 생각이 들어 ’장르가 최민식인 영화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침묵’은 임태산의 마음이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또한 대중이 최민식 배우를 믿고, 그가 다양하게 보여주는 연기 폭을 신뢰한다고 생각했다. 신뢰가 여러장르 영화에 걸쳐서 언급이 되고 있지 않나. ‘최민식’이란 이름 만으로도 남녀노소 반기고, 더 좋아할 사람은 조금 더 생각하기를 즐길 것이다. 무엇보다 일상을 살면서 고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사람이 ‘침묵’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침묵’은 곽부성 주연의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감독 비행)를 원작으로 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이 다가 아니다’라는 원작의 메시지에 끌린 정지우 감독은 임태산에게 초점을 맞춰 전체 이야기를 다시 설계하고 구획했다고 한다.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사는 경향이 크다. 단순 사실을 진실의 단서라고 믿곤 하는데, 사실과 진실 사이를 넘나들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SNS가 발달된 인터넷 환경에 살명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영상 한 토막으로 모든 진실을 다 안다는 것처럼 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진실의 한 토막일 수 있다. 눈으로 본다고 해서 진실을 확정하긴 어렵다. 눈에 보이는 게 정말 진실인가? 이미지의 조작가능성에 대한 이 어떤 문제의식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원작은 재계의 거물 주인공과 변호인, 검사의 이야기와 그들의 관점이 메인 플롯으로 구성됐다. 반면 ‘침묵’은 모든 면에서 이익중심의 사고방식을 지닌 남자 ‘임태산의 내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 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든 것을 지닌 남자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을 때 그것을 만회하는 그만의 방식을 카메라가 따라가고 있다. 다시 ‘돈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임태산이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린 뒤 겪는 심경 변화를 그려냈다.
최민식은 “영화를 보시고 나서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되돌려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 한 바 있다.
세상의 눈에 ‘다 가진 사람’으로 보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느끼던 남자. 그는 정말 다 가진 것이었을까? 그가 그것들을 얻으려 애쓰는 동안 잃었던 것은 무엇일까? 만회 또는 복구하기 위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그렇기 때문에 정지우 감독은 ‘임태산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했고, 어떤 걸 보이고 어떤 걸 숨기는지를 섬세하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한다.
“감독 입장에서 어떤걸 보이고 어떤 걸 숨기는지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숨긴 셈이 됐는데, 항상 숨기면 극이 불친절해지고 불편해진다. 임태산이 ‘실패’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하는지 따라가보고자 했다. 다만, 영화의 구조적 특징상 그런 맥락은 숨기면서 드러내야 했다. 페이크 연기와는 다른 임태산의 내면을 배우가 보여줘야 했다. 그게 큰 의미이다. 각자 자기 진심으로 뭔가를 하는 인물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속을 알게 됐을 때 어떤 걸 느끼게 될까. 그 과정을 따라가고 싶었다. 이건 임태산이 최민식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민식 선배가 아니었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졌을 것 같다. ”
정지우 감독은 인터뷰 내내 최민식 배우에 대한 깊은 신뢰를 내보였다. 감독이 보는 배우로서의 매력 역시 특별했다. 정감독은 ‘최민식 선배는 겉으론 카리스마 이순신 장군인데 그 속엔 아주 말랑말랑하고 깨지기 쉬운 내면이 있는 분‘이라고 정의했다. 단단함과 연약함을 조화롭게 지닌 중년 남자 배우로 최민식 그 이상의 배우를 떠올릴 수 없었다는 것.
무엇보다 박신혜 (최희정 역) 류준열 (김동명 역) 이하늬 (유나 역) 박해준 (동성식 역)조한철 (정승길 역)이수경 (임미라 역)등 ‘침묵’의 많은 배우들을 모은 이는 다름 아닌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이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말을 듣고 많은 배우들이 흔쾌히 OK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최민식 배우와 같이 작업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다른 감독과 제작자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이 젊은 배우들을 한군데 모으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최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들 최선배에게 호기심이 있었다. ‘아 내가 해봐야겠다. 같이 작업한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최민식 선배는 어떻게 하시는 걸까’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해피엔드’, ‘은교’ 등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특별한 감성으로 탁월하게 연출한 것은 물론 ‘4등’을 통해 현실과 맞닿은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정지우 감독은 “더 좋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딱딱하고 답답하게 살겠다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인간, 더 좋은 인간이 되려고 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좋은 영화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은 물론이겠지만 감독의 인간성이 좋아야 한다. 본인이 삶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가져야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 나쁜 놈 역할을 나쁜 놈이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믿는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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