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72일 만에 문화방송(MBC)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제작 일선에 복귀한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은 14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의결로 공식 해임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정리집회를 끝으로 제한적으로 업무에 복귀한다”며 “(제작 본부에서도) MBC 정상화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서 1,800여명 조합원이 72일간 참여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총파업은 오늘로 잠정 중단한다.
오전 11시 상암동 사옥 로비 전체를 가득 메운 MBC PD·기자 조합원들은 파업 마지막 집회를 앞두고 “술 마시느라 고생했다”, “애썼다”며 손을 맞잡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땐 눈물을 흘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연애시대·청춘시대 극본을 쓴 박연선 작가는 조합원들을 응원하는 의미로 커피 트럭을 보냈다.
김연국 노조위원장은 “우리 MBC 노조는 헌법 21조 언론의 자유에 의거해 총파업을 시작했다”며 “총파업 72일째를 맞는 오늘 김장겸 사장 해임으로 이제 MBC 정상화의 발판에 들어섰음을 국민에게 정식으로 보고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10명이 해고됐고 200명이 전보조치를 받는 동안 MBC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에서 사회적 흉기가 됐다”며 향후 △제작 공정성 위한 단체 협약 및 법과 제도 개정 △내부 부역자 철저한 청산과 처벌 △지역 MBC 공정성 확보를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9년 투쟁에 눈물이 동난 줄 알았는데 어제 해임 가결안을 지켜보고 너무 감격스럽고 기뻐서 웃다 울었다”며 “MBC 9년 투쟁이 가능했던 건 조합원들이 몸으로 저항하고 맞서면서 한 점 한 점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프로그램으로 답하는 시점이 진짜 파업 종료 시점이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2막 투쟁’으로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기나긴 싸움이었고 많이 다쳤지만 우리가 끝내 이겼다”며 “싸우는 과정에서 얻었던 신뢰와 기억을 소중하게 안고, 이제부터는 좋은 방송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언급하며 “그의 기자정신을 MBC 기자들도 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제 MBC 해직 기자도 “파업하면서 기자들이 충분히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며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빚 갚고 더욱 공부하는 기자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문진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찬성 5명 기권 1명으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사회가 밝힌 해임 사유는 △2011년 이후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 재직 중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 △부당전보·징계 등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 상태 △파업 장기화로 조직 관리와 운영 능력 상실이다. 새 경영진은 선임 절차를 거쳐 이르면 11월 선출될 예정이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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