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냉정과 열정 사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취임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는 “졸렬하다”며 날을 세웠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협력이 기대된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례적인 인사 문제를 놓고도 바른정당·한국당 측이 삐걱대면서 바른정당 새 지도부의 과제인 ‘바른-한국-국민’ 3당 중도·보수통합이라는 과제를 두고 ‘애초 판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 대표는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며 “어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뒤 홍 대표 측에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와는 어떤 자리에서도 만나 두 당의 협력과 연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마음이 있었다”며 “예방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실망했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은 배신자 집단”이라며 “정책으로 개혁을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고 당내 흠집 내는 것만 개혁인 양 처신한다”고 비난했다. 양측이 본격적인 보수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샅바 싸움을 벌인 성격도 있지만 애초 둘이 한 배에 탈 수 없다는 한계가 시작부터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쪽이 날씨만큼 냉랭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훈풍이 불었다. 유 대표는 이날 오후 안 대표를 예방해 “양당 사이에 정말 진지한 협력 가능성을 이야기해보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며 “평소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열어나가기 위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어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양당 간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진솔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해 깊은 논의를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유 대표는 자신의 호남 관련 발언이 ‘호남을 배제하라’는 식으로 전달된 데 대해 “영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이야기였다”고 수습하며 오는 21일 국민의당 의원 토론에서 해명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탈당한 주호영 전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시절 국민의당과 합의한 7개 분야의 정책연대를 이어가자는 제안도 건넸다고 당 관계자는 밝혔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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