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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놓인 발달장애인 성교육] 교실서 바지 쓱 돌발행동에 교사들도 멘붕

<중>자료·전문가 부족에 우왕좌왕

현직 교사들 대상 연수도

연 1~2회 강의형에 그쳐

사실상 가정에 책임 맡겨

가정·학교간 연계교육 강화

대처 매뉴얼 마련 등 필요





“선생님 손가락이 예뻐요. 만지고 싶어요.” 지난해 특수교사 윤모(26)씨는 첫 수업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남학생이 갑자기 다가 와 손을 주무른 것이다. 학생은 평소 부모와 자주 스킨십을 했기 때문에 타인을 만지는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몰랐다. 윤씨는 “당시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졌다”며 “교육자로서 대처했어야 하는데 스스로를 추행당하는 여자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수업을 받는 통합학급이 늘고 있지만 교사들은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다. 성교육은 일반교원 및 특수교사 자격 획득에 필요한 필수 이수과목에서 빠져 있다. 현직 교사 대상 연수도 연 1~2회 강의형 교육에 그친다. 사실상 성교육을 한 번도 배우지 않고 교사가 되는 셈이다. 무방비로 수업에 들어간 초임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바지를 벗거나 자위행위를 시도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한다.

양질의 성교육 자료와 학습체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특수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수업자료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제공하는 가족·사춘기·데이트 등 동영상자료 10여개와 문서(PPT)자료에 불과하다. 18년 차 특수교사 윤모(42)씨는 “유료 성교육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수십개씩 찾아 듣고 공부했다”며 “교실 성교육이 사실상 개별 교사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수교사 안모(33)씨도 “1학기에 한 번씩 성교육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가지만 아이들의 인지 수준이 다 달라 효율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공교육이 방치되자 자녀 성교육은 각 가정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황순영 부산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장애아 자녀를 둔 부산·경남 지역 부모 218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에게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부모는 203명(95.8%)이었지만 ‘학교·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녀에게 성교육을 했다’고 답한 부모는 65명(29%)에 불과했다. 집에서 혼자 성교육을 진행한 91명의 부모들은 그림·사진자료(29.5%)와 비디오·동영상(28.6%), 동화책(24.5%) 등의 교육자료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의 도움 △가정·학교 간 연계교육 △학생 지도를 위한 독립 공간 △구체적 대처 매뉴얼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신화 장애인성교육 전문강사는 “교사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전화한다”며 “비장애인 주변인에게도 장애특성을 반영한 성교육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현혜 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발달장애인을 아이로 인식해 볼을 쓰다듬거나 바지를 올려주고는 하는데 이런 행동이 ‘타인 간 경계’ 개념을 무너뜨린다”며 “부모·교사·활동보조인과 넓게는 비장애인 전반에도 전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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