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판 어벤져스 ‘저스티스 리그’가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 MCU)와 쌍벽을 이룰 DC 확장 유니버스는 어떤 형태로 완성됐을까.
1930년대 코믹스로는 마블보다 앞섰지만, 영화로는 후발주자가 돼 버린 DC가 야심차게 신 세계관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3년 ‘맨 오브 스틸’, 지난해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줄줄이 흥행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에 DC가 이번 영화로 반격에 성공할지가 관건이었다. 15일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주요 히어로들이 한 데 뭉쳤다. 배트맨(벤 애플렉), 원더우먼(갤 가돗), 플래시(에즈라 밀러),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사이보그(레이 피셔), 그리고 다시 눈 뜬 슈퍼맨(헨리 카빌)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크립톤의 아들 슈퍼맨이 죽은 후 빌런 스테픈울프가 막강한 힘을 지닌 ‘마더박스’를 차지하고 취약해진 지구를 침략하려 하자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히어로를 결집시키고 그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슈퍼맨의 힘을 필요로 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배트맨과 슈퍼맨 두 축의 피할 수 없는 대결구도를 보여줬다면, 이번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슈퍼맨의 부활을 돕고 새 히어로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와 인류구원에 나선다. 캐릭터 구조를 다채롭게 확장한 것.
초인적인 속도의 플래시, 바다의 왕 아쿠아맨, 반인반기계 사이보그는 이전에 없던 그림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완벽한 비주얼과 환상적인 액션신이 향연을 이룬다. 하지만 이 같은 신선함과 동시에 119분의 러닝타임 동안 줄곧 캐릭터 소개 정도로 그치는 내러티브가 중언부언 단조로워 아쉬움을 준다.
영화는 그간 잭 스나이더의 연출 색깔이 그대로 묻어난다. ‘300’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보여준 것처럼 특유의 장중한 분위기 속에서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영상미, 액션에 전력을 총동원한다. 극 초반 슈퍼맨의 죽음을 애도하는 고담시의 풍경을 비장하고 감각적인 OST와 함께 담아 ‘DC스러운’ 때깔을 단번에 드러낸다.
그렇게 ‘배트맨 대 슈퍼맨’의 서사시를 잇는 잔잔한 분위기로 출발해 메타 휴먼의 등장 이후로는 점차 에너제틱하고 화려한 재미로 확장한다. 아쿠아맨의 수중 액션, 신스틸러 플래시의 광속 질주, 사이보그의 테크노패스 능력이 볼거리로 채워진다. 나이트크롤러, 배트모빌, 플라잉 폭스를 모는 배트맨, 지혜와 모든 면의 전술로 위력을 보이는 원더우먼, 인류의 수호자 슈퍼맨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저스티스 리그’는 DC만의 진지한 톤을 유지하면서 플래시 캐릭터를 통한 유머를 시도한다. 에즈라 밀러의 매력으로 마블의 퀵실버와 유사한 능력치와 잔망스러움을 보이는데, 이 가운데 슈퍼맨과 플래시의 이색 케미가 새로운 재미를 준다. 한국 팬들을 위한 마블의 서비스컷처럼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플래시가 케이팝 마니아로 설정돼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마블과 같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을 메인 히어로로 내세운 점에서는 최근 부쩍 바뀐 사회적 성역할 고정관념까지 엿볼 수 있다. 여성 캐릭터가 더 이상 남성 캐릭터의 판단을 따르는 부차적인 존재가 아닌, 그룹을 이끄는 주체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원더우먼’ 때부터 회자됐듯 갤 가돗의 원더우먼 캐스팅은 신의 한 수다. 이번에도 압도적인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대부분의 장면이 캐릭터 능력치 소개와 액션으로 차있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단조로운 빌런이 피로감을 줄 순 있다. 하지만 쿠키 영상에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의 음모가 재점화되는 장면으로 속편을 기대케 한다. 이제 판은 짜여졌다. 2019년 ‘저스티스 리그 파트 2’에서 DC의 힘은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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