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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광고대행사 디블렌트 방문기! 늑대소굴에 발을 들여놓다







종합광고대행사 디블렌트(D.BLENT)의 사무실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을 찾았다.

마치 성문 같은 커다란 철문을 밀고 들어서자, 잘못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멋진 공간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왜 디블렌트를 이야기하면서 사무실이 함께 회자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예사롭지 않은 엠블럼처럼 가히 인상적인 사무실. 늑대소굴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 늑대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설립 6년차인 디블렌트의 'BLENT'는 'BLEND'의 과거분사형으로, 서로 다른 요소가 완벽히 혼합된 상태를 뜻한다. DIGITAL과 BLENT의 합성어로 회사명을 지은 이유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매체들의 에센셜한 요소들만을 활용,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에센스가 완벽히 블렌딩 된 캠페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엠블럼의 늑대 얼굴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혼혈종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낮과 밤을 지배하는 존재들이자,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송곳니를 가진 존재들을 섞었으니 얼마나 강력한 캠페인을 추구하는 종족들인지 짐작이 갔다.

캐논의 장기 컬쳐 프로젝트인 플레이샷 캠페인과 화장품 업계 전반에 식빵 테스트 열풍을 불러왔던 XYZ크림, 안국건강, AIA, 밀리마쥬, 쥬비스, 20세기폭스코리아 등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다수의 캠페인이 모두 이들의 송곳니에서 나왔다. 심지어 이제는 그들의 광고를 알아보고 열광하는 마니아층까지 생겼을 정도.



홍성은 대표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나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는 단순히 참여가 가능한 구조의 인터렉티브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 스스로 캠페인에 열광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매체가 되게하는 어트랙티브 캠페인(ATTRACTIVE CANPAIGN)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들과 함께해 온 그들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직간접적으로 브랜드를 체험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철학을 꾸준히 지켜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디블렌트는 마치 다른 길은 없다는 듯한 일관된 태도로 묵묵히 묵직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그래서일까, 각각의 캠페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매력을 넘어선 어떤 흡입력마저 느껴진다.

홍성은 대표는 광고라는 것은 브랜드에게 입을 달아주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명감이 반드시 필요한 업이라고 말한다. 모든 브랜드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이들이 타겟에게 하고자 하는 그 한 마디를 대신 정하는 대행사의 롤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지금까지 집행되었던 디블렌트의 모든 광고들이 단기간의 마케팅 목표뿐만 아니라 긴 안목에서의 브랜딩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힘들기로 유명한 광고업계인만큼, 그리고 스스로를 늑대라고 칭하는데 자연스러운 만큼 다들 매우 거친 삶을 살 것 같다는 질문을 던지자 크게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업계에선 디블렌트가 유난히 힘들다는 소문이 많죠. 세상에 쉽게 이뤄지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만큼 광고라는 게 중요한 일이라서 그렇다는 걸, 함께 일해 본 친구들은 공감합니다. 그리고 사실, 늑대가 공격적인 이유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늑대라는 동물 자체가,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이빨을 드러내는 동물이거든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인 만큼, 동지애나 가족애도 굉장히 깊은 동물이고요. 그래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늑대라는 호칭으로 서로 격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길고 긴 늑대소굴을 걸어나오면서, 정말 마치 다른 종족을 잠시 만나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마주친 관리소장님은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이냐며 웃으셨다. "옆에서 보니 저 사람들 열정이 아주 대단해. 젊은 사람들이 참 멋있는 것 같아."

힘이 들면 그저 내려두라는 쉽고 가벼운 위로들이 넘쳐나는 시대, 그토록 치열하게 자신들의 철학을 지켜내는 모습에 어느 누가 경외심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만드는 사람들이 살 떨리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광고가 된다’고 믿는 그들의 험난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행보가, 진심으로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어진 이유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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