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상청이 결정한 경주지진의 규모 5.8은 잘못 정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상청은 여러 번 규모 문제, 특히 북한 핵실험 규모까지 포함해서 낮은 규모를 결정하다가 경주지진의 규모는 반대로 크게 결정했다. 필자는 전 세계관측 데이터를 이용한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규모 5.4가 더 과학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지진규모가 진앙에서 멀수록 지진파는 지질구조의 영향을 덜 받는다. 두 번째로 관측소의 분포가 진앙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을수록 규모결정과 진앙결정의 오차를 줄인다. 세 번째로 지진학은 일종의 빅데이터 개념과 역산추적이기 때문에 관측소 자료를 많이 쓸수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번에 포항지진이 피해가 심한 것은 진원 깊이가 경주지진의 진원보다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원이 얕기때문에 피해가 더 큰 것이 아니고 근본적 원인은 진원의 지질구조 문제다. 포항지진은 진원 부근의 근원암(source rock)이 포항분지의 퇴적암이기 때문에 화강암 진원의 경주지진보다 훨씬 연약해 지진동을 더 크게 흔들었고 단층활동도 더 심하게 됐다. 그리고 또한 포항지진은 서울에서 진앙거리가 경주지진보다 더 가깝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진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활성단층을 찾을 수 있는 고해상도 토모그래피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지역 지반의 물성과 유사지진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개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진 전문가들이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며 경쟁할 수 있는 국가지진연구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또한 지진 연구는 북한 핵실험의 탐지와 정밀분석 등 국방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충분한 관측망을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 전문인력마저 한군데 있지 않고 기상청·한국지질자원연구원·안전기술원·한수원에 흩어져 있는 형편이다. 요즈음에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 특히 선진국은 물론 개발국들은 지진연구는 따로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다. 모든 과학은 전문가 집단이 모여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경쟁하므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지진학회는 없는데 지진공학회는 있다. 기초과학 없이 응용과학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진 역시 튼튼한 기초과학이 완성돼야 내진공학이 설 수 있다.
지진규모 6.5로 해서 안전하다니 규모 7.0으로 늘려서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진과학에 대한 무지에서 말할 수 있다. 지진피해는 물론 지진규모에 큰 관계를 무시 못하지만 또한 지반 조건과 단층(활성)을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지반 고유주기는 지진이 발생해 공진효과를 만들어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전, 핵폐기물 방폐장, 석유, 가스 비축시설, 반도체공장, 초고층건축물 등 주요시설물에서는 그 지반의 고유주기가 매우 중요하다.
자연재앙 중에서 가장 적은 단위시간(수십초) 이내에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하는 지진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어떤 초자연적 힘(신)으로 간주됐지만 과학의 진화는 이것의 원인을 이론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지진은 완벽하게 예보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인간은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눈에 안 보이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지진 메커니즘과 지구 내부 구조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으로 단기 지진예보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중·장기 예보는 불가능하다. 지진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내진설계 기술 개발과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방법도 고정된 개념이 아니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진과학은 컴퓨터기술의 급진적 성장으로 날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 조기경보와 내진설계를 외국 선진국가들의 자료와 방범에만 의존해왔는데 우리는 우리 땅에서 일어난 자료와 기술을 토대로 개발해야 한국형 실용적 지진안전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지진과학이야말로 인류가 발전시킬 곳이 무진장 많은 신비의 과학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지진학은 비밀 핵실험의 탐지와 석유에너지 탐사에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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