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야기된 사회 문제를 수습하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도시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지식인과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자선협회조직(COS)과 인보관(隣保館) 운동이 시작됨으로써 ‘사회복지 1.0’ 시대가 열리게 됐다. 섬유산업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물결이 수송·철강 등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는 제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근로계층을 위한 사회보험제도가 지난 1880년대 독일에서 추진된 것을 계기로 ‘사회복지 2.0’ 시대가 시작됐다. 1942년 영국 정부의 베버리지 보고서를 시발로 유럽 선진국들이 ‘복지국가 만들기’ 경쟁에 돌입함으로써 ‘사회복지 2.0’ 시대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사회복지 3.0’ 시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역점을 둔 복지국가의 축소 또는 합리화가 주된 내용이다. 1980년 전후 영국과 미국에서 보수정권 수립과 더불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 1.0’이 시장기능을 강조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제철학에, 그리고 ‘사회복지 2.0’이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 경제학에 기반을 둔 반면, ‘사회복지 3.0’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는 신(新)자유주의 철학에서 유래됐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술혁신이 여타 분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제4차 산업혁명이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 4.0’은 양극화 심화, 고용절벽, 그리고 인간성 상실 등 제3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야기돼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해 그 정도가 심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화 해소, 고용 창출, 그리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얼핏 보면 서로 상충될 것 같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은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공동체 만들기가 위의 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해법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지역공동체 의식은 필연적으로 나눔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와 경쟁심화로 인한 인간성 상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돕는 포용적 사회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술혁신 가속화에 따른 양극화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의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당면과제인 고용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시대적 과업은 정부 차원의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추진과 더불어 민간 차원의 지역별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정부 차원의 복지 허브화 사업은 지역별로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양극화 해소에 일조하게 된다. 또한 공공 부문은 지역별로 작성된 4년 단위의 ‘사회복지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양극화 해소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에 더해 지역별 민간 주도의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을 활성화함으로써 각종 교육 및 나눔사업의 추진을 통해 주민의 건전한 시민의식을 함양함과 동시에 추가적 사업을 개발하고 이의 추진과정에서 민간 차원의 물적 및 인적자원을 동원한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공동체는 정부보다는 민간주도로 이뤄져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1970년대 추진된 새마을사업이 정부주도의 경제공동체였다면 21세기형 지역공동체는 민간주도의 복지공동체로써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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