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야, 저 상을 받을 수 있게 빨리 낫는 게 좋을 것 같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 수상한 유소연(27·메디힐)은 어깨 부상 때문에 시즌 최종전 포기를 고민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유소연은 20일(한국시간) “솔직히 지난 화요일에는 통증이 꽤 심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기권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올해의 선수상과 CME글로브 포인트를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 전까지 올해의 선수 포인트 단독 1위를 달리던 유소연은 연습 라운드도 거의 치르지 못하고 나선 이번 대회에서 5언더파 공동 30위에 그쳤다. 그래도 포인트 3위였던 박성현과 동률을 이뤄 공동 1위(162점)를 차지했다. 박성현이 1타만 더 줄였더라도 유소연은 수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올해의 선수 공동 수상은 지난 1966년 시상을 시작한 후 최초이며 한국 선수의 수상은 2013년 박인비 이후 4년 만이자 두 번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매 대회 1~10위에게 30~1점씩이 주어진다. 메이저대회는 포인트 배분이 두 배다.
유소연은 “‘어깨야, 저 상을 받을 수 있게 빨리 낫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며 “이 생각은 확실히 빨리 낫게 하는 동기유발로 이어졌고 자신과 싸움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자극이 됐다”고 돌아봤다. 경기 후 수상 가능성이 없는 줄 알고 돌아서려다 LPGA 직원이 잠깐 기다려보라고 해서 뒤늦게 수상 소식을 접했다고. 시즌 중반부터 여러 타이틀 중 올해의 선수가 가장 욕심난다고 밝혀온 유소연은 “목표를 이뤘고 올해 2승을 했으며 한동안 세계랭킹 1위(이달 초까지 19주 연속)도 해봤다”면서 “내가 경기를 잘하고 건강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즌 중 부친 유모씨의 세금 체납이 알려지면서 마음고생도 컸던 유소연은 상금 2위(198만달러), 세계 3위로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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