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대표는 “현재의 낮은 결혼율과 출산율,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단 하나, 노후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자녀의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쓰고 자신의 노후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으니 결국 미래가 밝지 않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된 후 줄곧 주식투자를 통한 노후준비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벽은 높았다.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불신의 원인을 운용사에서 찾았다. 연 500%에 육박하는 운용사의 종목별 매매 회전율을 보며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 원인이 투자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리 대표 취임 이후 메리츠자산운용은 연 매매 회전율을 10% 이하로 줄였다. 국내 운용사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종목선별에 자신감이 있고 장기투자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킨다는 말이다. 리 대표는 “내가 죽고 나서도 존 리의 투자철학이 메리츠자산운용에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와 상품 라인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운용업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생애주기펀드(Target Date Fund·TDF)’에 대해서는 “생애 주기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투자 대상이 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굳이 TDF와 같은 시스템을 외국에서 들여오거나 특정 업종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연령대에 따라 주식의 비중을 조정하고 특정 업종의 인기에 따라 그 업종에 속한 주식 비중을 때마다 늘리는 방식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회사와 연계해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주니어 펀드는 100%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고 샐러리맨 펀드는 주식 비중을 80%로 줄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시니어 펀드는 주식을 20%로 줄이고 80%는 글로벌하이일드에 투자해 4~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대표는 메리츠주니어의 책임 운용을 강화하기 위해 만 20세 이하의 자녀들을 가진 책임운용역의 의무 가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리 대표의 차남도 물론 가입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