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AT&T의 타임워너 인수전이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되면서 845억달러(약 92조원) 규모의 초대형 합병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AT&T와 타임워너 간 합병안이 반(反)독점법에 위반된다며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거래중지 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두 회사가 합치면 막강한 장악력으로 소비자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방송을 선보이려는 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가정에 부과되는 요금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AT&T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법무부가 낸 소송은 수십년에 걸친 반독점 선례로 봤을 때 급진적인데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이러한 수직합병은 시장 경쟁에 피해를 주지 않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상적으로 승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법원이 법무부의 주장을 기각하고 오랜 법률 선례에 따라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AT&T는 지난해 10월 타임워너 인수작업을 시작했으나 이달 초 법무부가 돌연 타임워너 자회사인 CNN 매각을 승인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려면 타임워너가 CNN을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AT&T와 타임워너는 핵심 자회사들을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CNN 보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온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타깃으로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T&T는 미국 2위 통신 대기업이고 타임워너는 CNN·TBS·HBO·워너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복합미디어그룹으로 양사 합병은 미국 통신·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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