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 발생해 수백 채의 집이 붕괴됐고 1,000여명의 이재민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항 인근에 여러 대피소가 마련돼 있음에도 다른 숙박 시설이나 임시 거처를 찾아 방황하는 이재민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대피소 내 반려동물 출입 금지’ 때문이죠. 반려동물을 키우던 이재민들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행정안전부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고지한 재난시 애완동물 대처방법을 살펴보면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라며 반려동물 대피소 출입금지를 공지했습니다. 이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나 친척에게 비상시 자신과 애완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외 구체적인 대피요령이 담겨 있지 않아 일부 견주·묘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청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하자고 나서는 견주·묘주들도 있는 상황이죠. 이들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나 동물학대방지연합(ASPCA)이 소개한 반려동물 재난대피방법을 안내하고, 일본 환경성의 ‘반려동물 재해대책’을 SNS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원래 대피소에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했었지만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대책을 정비해 대피소 내 출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경우에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환경성에서 ‘반려동물 재해대책’을 통해 재해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로 대피하도록 하고 있죠.
하지만 대피소 내 반려동물 출입에 대해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좁고 열악한 대피소에서 동물들이 함께 거주하면 위생이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인데요. 결국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재민의 입장에서는 여러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동물도 생명 vs 사람이 우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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