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철수계와 호남계는 21일 ‘중도통합론’을 논의할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심리적 분당’ 상태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양측은 이날 의원총회를 계기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 명분을 확보했다고 보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등 당 정체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열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소속 의원 중 중 미리 불참 의사를 전한 의원 5명을 뺀 35명이 참석했다. 이날 의총은 시작부터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시작됐고 4시간 넘게 진행됐다.
양측은 의총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자가 신뢰를 상실하면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안철수 대표를 비난했다. 의총에 불참한 천정배 의원은 ‘중도보수 연대는 패망의 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통합론 반대를 분명히했다. ‘국민의당 개혁과 공당사수를 위한 당원연대’는 의총 직전 “당원 다수는 안 대표의 사퇴 및 징계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친안계는 의총에서 지방선거를 위해 통합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호남계는 당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가장 먼저 발언한 안 대표는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통합론을 재차 강조했다. 당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은 불가피하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살아남자고 호소했다. 다만 당내 분란이 커진 데 대해서는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남계는 “안 대표가 통합을 추진하면 우리는 평화개혁연대를 통해 당을 지키겠다”며 맞불을 놨다. 정동영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원 40명 모두에게 평화개혁연대를 제안했다”며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호남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3일 원외 지역위원장과 간담회를 여는 등 당내 설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의총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통합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논의의 시작”이라며 “여러 생각을 들어보고 이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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