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노동이사제 도입,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세 가지 쟁점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수처와 노동이사제는 추진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칼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으며 규제프리존법은 긍정 기류로 돌아선 여당을 청와대가 막아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수처 설치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야당에서 제기하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공수처장) 야당 추천 2인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이날 회의에서 공수처 도입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는) 정치 거래대상이 아니다”라며 “충견도 모자라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원칙적으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지만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 세부 각론에는 이견을 보인다. 결국 여야 모두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 국회 본회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이사제는 지난해 상법 개정안 논의 때부터 여야 간 갈등을 좁히지 못한 주제다. 야당과 재계에서는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해 7월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에 근로자 대표(노조)와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각각 한 명씩 포함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일단 이 법안을 한 차례 심의했지만 야당의 반대가 거세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야당은 노동이사제로 인해 고용 유연화 등의 개혁이 막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제프리존법은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던 중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당초 민주당은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규제프리존법의 일부 ‘독소조항’을 개정한 대안입법을 고심해왔다. 하지만 최근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 참석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철학과 맞는 것도 아니다. 실익이 있으면 고민할 텐데 효과도 매우 미진하고 예측도 잘 안 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 규제프리존법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한목소리로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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