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귀순병을 향해 총격하면서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총격을 가하고 특히 1명은 잠시나마 MDL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쪽을 향해 사격도 했다. 정전협정 위반이다.
유엔군 사령부는 22일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당일 사건의 주요 장면이 담긴 JSA 폐쇄회로(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군 경계초소부터 탈출 인지한 듯=동영상은 13일 오후3시11분 북한군 지프 한 대가 논밭 사이의 도로를 달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 지프는 72시간 다리 직전 북한 초소에 접근하며 속도를 줄였다. 2층짜리 북한군 경비초소 건물에 가려 잠시 보이지 않던 지프는 곧바로 속력을 내며 화면에 다시 나타났다. 초소 경비병 하나가 뒤따라 뛰어왔으나 지프는 속력을 올려 남쪽으로 향했다. 이때가 3시13분. 지프가 건물에 가린 지 불과 3초 만에 다시 화상에 잡혔다는 점으로 미뤄 북한군 경비 초소에는 무단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제지 시설이 없거나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필사의 탈주와 추격조의 사격=초소를 넘은 지프는 72시간 다리를 건너고 김일성 ‘친필비’를 지나 MDL 쪽으로 내달렸다. 큰 나무들에 가려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프의 바퀴가 배수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각도의 CCTV 영상에서는 북한 구역 판문각에 있던 북한군 4명이 지프를 향해 사력을 다해 뛰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3명은 권총, 1명은 AK-74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또 다른 각도의 화면에서 귀순자는 지프를 버리고 남쪽을 향해 뛰었다. 바로 뒤 북한군 추격조 4명이 들이닥쳤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귀순자는 붙잡힐 뻔했다.
◇우리 지역으로 사격, MDL도 넘어=북한군 추격조는 귀순자 바로 등 뒤에서부터 총격을 하기 시작했다. 소총을 든 한 명은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 사격했고 나머지 3명은 앉거나 선 자세였다.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던 북한군 병사 1명은 일어서서 남쪽으로 뛰어들어왔다. 이때 순간적으로 MDL을 몇 걸음 넘었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듯 북한군은 급히 MDL 북쪽으로 돌아갔다.
◇논란 일으켰던 구출조에 대대장 있었다=북한군의 증원에 우리 측은 무장을 강화하고 대비태세 수준을 올렸다. 대비를 마치고 영상을 다시 확인하던 우리 군은 낙엽이 쌓인 지역에 쓰러져 있는 북한군 병사를 발견했다. 유엔군이 공개한 TOD에는 우리 군이 부상자를 구출하는 장면도 담겼다. 3명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다가 귀순자 10m가량 앞에서 한 명은 엄호하기 위해 남고 2명이 포복으로 기어가 귀순자를 끌고 나왔다. 적이 공격한다면 그대로 총을 맞을 지역에 접근한 3명은 대대장과 부사관 2명이었다. 대대장이 엄호를 맡고 부사관 2명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구출팀에 대대장은 없었다’는 일부 보도가 오보라는 점이 영상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대대장은 부상한 귀순자의 가슴을, 부사관 2명은 양쪽 다리를 들고 이동해 대기 중인 앰뷸런스에 실었다. 모든 과정을 미군 JSA 대대장이 관장했다.
◇유엔조사단, 한국군 ‘현명’ 결론=한국과 미국 이외에 호주와 뉴질랜드로 구성된 유엔군 특별조사팀은 ‘JSA 소속 자원(한국군)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이를 통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막았으며 인명 손실 또한 없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채드 캐럴 유엔사 공보실장(미 육군 대령)은 “유엔군사령부는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대처로 정전협정 유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주한 유엔군의 목적은 정전협정을 통한 평화 유지에 있다. 유엔군 사령부는 총격과 MDL 침범 두 가지 사안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북한에 항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고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판문점 직통전화를 4년째 두절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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