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ITC 권고안을 통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내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세이프가드든 뭐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때 우리가 제시했던 7조~8조원의 무기 구매 약속이 ‘통상적자와는 별개’라는 뜻이기도 하다. 철강·태양광·반도체 같은 분야에도 불똥이 튈 수 있을 뿐 아니라 곧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서둘러 대응전략을 마련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을 보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협상 전략과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FTA 공청회는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다음달 1일 다시 개최하기로 했지만 이마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도 여야로 나뉘어 서로 헐뜯기에 바쁘다. 행정부와 의회·업계까지 똘똘 뭉쳐 한국을 압박하는 미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 간 협상은 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절박하고 추동력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미국이 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더라도 우리 정부와 민간·정치권이 단합해 힘을 보탤 때 협상력은 배가될 수 있다. 반덤핑 무역 규제와 같이 불공정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민관·여야가 협상팀을 뒤에서 밀어준다면 미국의 통상압력도 풀지 못할 난제는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