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 지진 여파로 인해 1주일 연기된 23일 치러졌지만 광주·전남 수험생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장에는 지진 발생 대비를 위한 비상상황 안내문이 붙었고 경찰관, 소방안전관리관, 응급구조사가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흘렀지만 시험장 주변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응원전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20시험장인 광덕고등학교 정문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선 재학생과 교사 10여 명이 모였다. 교사와 학생들은 ‘오늘 밤을 생각하며 힘내세요’, ‘재수 없이 대학가자’, ‘꽃길만 걷자’ 등 미리 준비한 팻말을 들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광덕고 시험장에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찾아와 수험생들과 포옹하고 악수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편하고 따뜻한 옷차림으로 시험장을 향하는 수험생들 표정에는 지난 1주일간 해소하지 못한 긴장감이 드러났지만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입실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는데도 경찰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을 찾아오는 등 단 하나의 실수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식을 배웅하러 나선 학부모와 교사들은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된 1주일이라는 시간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자녀와 제자들의 긴장을 덜어주려 애썼다. 학부모 송병호(50)씨는 “지난 1주일간 걱정하기는 부모도 마찬가지였다”며 “아들에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이선희 수피아여고 교사는 “다행히 특별한 동요는 없었지만 ‘기회라고 생각하라’며 제자들을 다독였다”면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능날 광주·전남은 최저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져 ‘수능 한파’가 찾아왔다. 예보된 눈이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시험이 무사히 시작됐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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