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정부 협상 결렬로 혼돈에 빠진 독일에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에 연정 참여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이 재선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독일 일간 빌트는 22일(현지시간) 사민당 의원 153명 가운데 30여명은 연정 협상 거부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메르켈 총리는 “소수정부는 회의적”이라며 재선거 카드로 배수진을 치고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에 대연정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뒤 제1야당의 길을 선언한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민당 내부에서는 “재선거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연정 참여에 선을 그은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ZDF는 “재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초선의원 등이 사상 초유의 재선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사민당 소속의 울라 슈미트 전 보건장관은 “연정을 거부한 슐츠 대표의 결정이 당내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민당 출신으로 연정 성사를 위한 중재역을 자임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슐츠 대표와 만나 연정 참여를 설득하기로 했다.
다만 외신은 여전히 사민당 내부에서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 때 대연정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상황에서 다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손을 잡는 것은 몰락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사민당 내 강경파로 차기 당권·총리 후보주자군인 안드레아 날레스 원내대표는 “과반 미달의 소수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연정이나 재선거 없이도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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