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위치정보 무단수집을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모두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성장한다. AI 스피커 이용자가 많을수록 인간의 말을 잘 알아듣고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빅데이터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필수 자원이다. ‘알파고’를 넘어서는 AI 기술을 확보하고 자율주행차 시장 장악을 넘보는 구글이 이러한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마치 소설 속 ‘빅브러더’의 현신을 보는 듯하다.
정부는 마땅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정보주권을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2년 전부터 개인정보 처리를 자국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사용자 동의 없이는 해외 서버 전송을 금지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다. 우리도 데이터 시대의 핵심 자원인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참에 국내법을 어긴 해외 기업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 역차별도 없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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