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들은 ‘완만한 긴축’을 결정한 지난달 회의에서 물가상승률 목표(2%) 달성을 위해 양적완화 종료의 시점을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서 양적 완화 종료 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필요하다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몇몇 위원들은 “양적완화 만료 시점이 없다면 자산 매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촉발할 수 있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에 그치는 등 ECB의 2%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향후 테이퍼링 계획을 밝혔다.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오는 12월 끝나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일단 내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필요할 경우 추가 연장까지 고려하겠다고 덧붙여 금리 인상 기조 전환 시점도 못 박지 않았다. 자산매입 규모는 매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줄어들긴 했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완만한 긴축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회의록에서는 통화정책 위원들이 목표치에 미달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섣불리 긴축 속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안됐다.
하지만 ECB는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다며 낙관적으로 경기를 진단했다. 위원들은 “경제가 굳건하며 넓은 국가들과 분야별로 지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4분기 유로존 국내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하는 등 완연한 상승세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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