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우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회장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호주 전력난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통지옥을 없애줄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남호주 주정부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재생에너지 회사 네오엔과 테슬라가 합작한 리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현장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저장시설은 테스트를 거쳐 목표했던 12월 1일에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 회장은 이 계약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100일 이내에 배터리를 완공할 수 있었다고 호언장담하며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호주의 억만장자인 아틀라시안의 공동창업자 마이크 캐논 브룩스는 트위터를 통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머스크는 “계약 체결 후 100일 이내에 완공하지 못한다면 전력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 회장은 9월 시작한 프로젝트를 12월 안에 끝마쳐 자신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네오엔이 운영하는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전달하는 테슬라의 파워팩 배터리는 완전 충전 시 24시간 동안 8천 가구, 1시간 동안 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남호주는 태풍 등 자연재해로 정전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머스크 회장이 이끄는 벤처기업 보어링컴퍼니의 LA 지하터널 공사 프로젝트도 미국 건설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LA 시내에서 가장 심한 상습 정체 구간으로 출퇴근 때 1시간 20분 걸리는 웨스트우드에서 LAX까지 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터널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이끄는 보어링이 실증 작업 중인 전기자동차(EV)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로 굴착 기계의 회전력을 높이고 정밀 제어기술을 이용해 소모품 비용을 줄이는 혁신적 공법을 소개했다. 터널 속에서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게 아니라 차대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을 이용해 직경을 작게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터널 굴착속도를 10배,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어링은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가 20달러에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사도록 하는 IHO(Initial Hat Offer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을 풍자한 것이다. 보어링은 LA 교통 정체 해소를 바라는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모자 1만 5,000개가 팔아 30만 달러를 모았다.
보어링은 터널 공사의 목표속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달팽이를 기르고 있다. 하루 50m를 뚫는 일반 터널 공사속도를 넘어 하루 500m를 가는 달팽이에 발맞춰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1950년대 아이젠하워 정권 이후 지상 고속도로망 정비를 우선하는 바람에 터널 등 지하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기술 혁신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도시지역에서 심각한 교통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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