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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무기 샀는데 농업 등 약점 건드리는 美…거센 통상 파도 잘 넘길 수 있나

다음 달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열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농민 단체의 반발로 한차례 파행을 겪은바 있는 공청회를 마치고 국회 보고 등 협상 개시를 위한 후속 절차를 밟아간다는 입장입니다. 전망은 어떨까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훈풍이 불어올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지만 미국 측은 압박을 끊이지 않고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를 약속했는데도 말이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21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외국산 세탁기 가운데 연간 120만대를 넘어가는 수입 제품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냈습니다. 한미 FTA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세탁기는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베트남 등 외국 공장에서 생산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는 추가 관세를 맞게 됐습니다. 즉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인거죠.

세탁기뿐만이 아닙니다. 태양광 모듈을 비롯해 냉간압연강관, 폴리에틸린 테레프탈레이트도 반덤핑 과세 최종 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맞물려서 내년 4~5월께 결과가 나오는데요. 미국 입장에선 좋은 협상 카드인 셈이죠.

이와 함께 미국은 FTA 개정협상이 시작되면 한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하게 건드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업은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만큼 국내 농축산업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미국의 압박도 거세다는 것이겠죠.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 업계 간담회에서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한미 FTA 폐기는 미국만 가진 옵션이 아니고 우리도 가진 옵션”이라며 “한미 FTA 틀 내에서 이익 균형을 갖추는 방향으로 충분히 해보겠지만 (미국이) 일방적이고 우리에게 불리한 주장만 할 때는 끌려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농축산업계가 한미 FTA 개정협상을 반대하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점을 미국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자동차, 철강, 제약, 서비스 시장 등에서 원하는 바를 따내려고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현재 미국은 지난 두 차례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자동차 안전기준 요건 완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산 신약의 ‘약가’ 역시 조금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 퀄컴에 대한 과징금도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기는 무기대로 사고 FTA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내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4박 6일간의 방미를 마치고 돌아와 “미국 정부와 말이 안 통한다”며 “워싱턴에 오니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차 부품의 50%를 미국산을 쓰자는 룰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무리한 요구가 어디서 나왔나, 미국 노동자만 보호하자는 원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정부는 각 업종별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대응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청회 이후 국회에 협상 전략 등을 보고해야 하는데요. 거기서 우리 정부의 묘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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