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댈 물이 필요한 모내기 때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낚시터에 방사할 물고기를 잡으려고 저수지의 물을 뺀 마을 대표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청주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A(57)씨는 10여 년간 통장직을 맡으며 마을 공동사업으로 운영되는 유료 낚시터 관리를 책임져왔다.
지난해 5월 중순께 A씨는 낚시터에 방사할 물고기가 필요하자 옆 마을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아오기로 하고, 그 대가로 옆 마을 통장에게 300만원을 건넸다.
당시는 농촌에서 물 사용이 늘어나는 모내기 때라 저수지의 담수율이 약 20%에 불과했다.
그러자 A씨는 물고기를 더 쉽게 잡고자 굴삭기와 양수기를 이용, 저수지 물의 5분의 1가량인 540t을 빼냈다.
농어촌정비법상 농촌 용수로 사용되는 저수지 물을 빼내려면 반드시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결국 재판에까지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당시 주변 농민들이 이미 모내기를 마친 상태라서 물이 더 필요하지 않았고, 물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농어촌공사에 연락해 인근 댐의 물을 끌어와 저수지를 채울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매년 마을에서는 모내기 철이 지나 저수지 물이 줄면 물을 더 빼내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관습처럼 이어져 왔는데, 그동안 한 번도 형사 문제화 된 적이 없어 법에 위반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고의성이 없는 만큼 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박병찬 부장판사는 25일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당시 저수지의 담수율이 낮아 피고인이 빼낸 물의 양은 결코 적은 양이라 볼 수 없고, 농번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농어촌용수의 이용·관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수지 물을 빼내면 처벌받는지 몰랐다거나 마을에서 관습처럼 행해져 왔다고 해서 피고인의 죄를 묻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는 다만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마을 주민의 결의에 따라 대표자로서 마을발전을 위해 일하다가 법적인 무지 때문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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