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한 달 만에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밝힐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성인도 2,000명을 넘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지난 10월 23일부터 이달 24일 오후 6시까지 한 달 동안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을 시행한 중간결과를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10개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 가운데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숨진 환자는 모두 7명이었다. 연명의료는 환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사망한 환자는 70대 남자 1명(패혈성 쇼크·다발성 장기부전), 50대 남자 2명(말기암), 40대 남자 1명(뇌출혈), 80대 여자 1명(다발성장기부전·호흡부전), 또 다른 80대 여자 1명(만성호흡부전·신부전), 60대 여자 1명(다발성 골수종·폐렴) 등이다.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하기 위해선 담당 의사를 통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야 한다. 계획서를 미처 쓰지 못한 채 임종기로 들어섰으면 환자 가족 2명 이상이 일치된 진술을 하거나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하는 등 합법적 존엄사 의사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밝혀야 한다. 합법적 존엄사를 택한 사망자 7명 중 2명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4명은 환자 가족 2명 진술로 나머지 1명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복지부는 19세 이상 성인이 나중에 질병으로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 연명의료 중단·유보 뜻을 미리 밝혀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한 달 만에 작성 건수는 2,197건에 달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각당복지재단·대한웰다잉협회·세브란스병원·충남대병원 등 5곳밖에 없고 작성을 위해선 직접 방문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시범사업 1주차에 203명을 시작으로 2주차 372명, 3주차 402명, 4주차 535명, 5주차 685명 등 매주 늘었다. 여자가 1,515명(69%)으로 나타나 남자 682명(3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가 748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 570명, 50대 383명, 80대 247명, 40대 183명, 30대 33명, 20대 21명, 90대 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임종기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1명에 그쳐 저조한 실정을 보였다. 11명 모두 말기 환자(암환자 10명·만성 폐쇄성호흡기질환자 1명)로 남자 7명, 여자 4명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6명, 60대 2명, 70대 2명, 80대 1명 등이다.
복지부는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하고서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이 끝나고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사이 기간에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없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법시행을 위한 제반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도를 충분히 보완하겠다”며 “임종과정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면서 환자 이익이 보장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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