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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일자리 문제, 노사정 함께해야 풀린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개선

격차 해소 마중물 효과 내려면

노조의 절제·양보도 요구해야





경제학에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다. 각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더라도 전체를 모아보면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 경우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경기장에서 모두 앉아 있는데 자기만 일어나면 훨씬 잘 보이겠지만 모두 일어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가 그 예다. 지금 추진되는 일자리·노동정책들은 각각 합당한 이유가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도 확인된 것들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들이 노동계에겐 선물이 되고 기업에겐 부담만 된다면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진 못 할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 이런저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복기해봐야 한다.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장 먼저 챙겼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의 재정 지원 약속을 받으면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곧이어 노동부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파리바게트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왜곡된 고용 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매듭지을 태세고 법원은 통상임금에 대한 들쑥날쑥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조치들은 모두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나름의 합리성이 있는 것들이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최저임금을 올려 격차를 줄이자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국민적 합의였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의 정상화는 오래 전에 국회에서 처리했어야 할 밀린 숙제일 뿐이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당위성이 아니라 실행 전략으로 판가름 난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정책의 당위성만 내세우고 정교한 실행계획은 짜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연말까지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이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직무분석이나 준비된 임금체계도 없는 상태에서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 실적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기대는 높아지고 정규직의 불만이 쌓이면서 공공개혁은 고사하고 사업장은 복잡한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여러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취약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압박이 어느 정도일지, 재정지원은 의도한대로 집행되고 효과가 있을지 모두 불투명하다. 파리바게트 제빵사의 불법파견 문제도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 시비로 비화되고 있다. 이 틈을 타고 야당은 정부의 일자리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정치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재계는 이에 편승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더 큰 벽에 부딪히기 전에 그동안의 경과를 되돌아보고 다음과 같은 점을 감안해 실행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었으면 좋겠다.



첫째 노사의 역할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 노사를 제쳐두고 정부의 행정지침만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해고 비용을 낮추려 했던 지난 정부의 조급증이 초래한 폐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정책의 당위성과 정권의 도덕성에서 비교가 안 되지만 정책 집행의 기술면에서는 얼마든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노사를 최대한 앞세우고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정부 방침이나 법 개정을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노사가 주도하는 임금개혁을 통해 비정규직을 줄이고 원하청 간의 과도한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르는 임금조정 문제, 비정규직의 남용이나 정규직의 조기 명퇴 문제들은 모두 임금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해결 방식에는 노동비용 분담을 위한 고임 정규직 근로자들의 절제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 이미 50% 이상 벌어진 임금격차를 이들의 협조 없이 줄이는 방법은 없다. 또한 기존 정규직들의 참여 없이 인천공항 비정규직이나 파리바게트 제빵사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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